[이슈&경제] 지역 노후 인프라 대책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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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내년 SOC예산은 19조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예산편성안은 17조7천억원으로 올해보다 20%나 줄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1조3천억원이 증액되긴 했지만, 그래도 올해보다 14.2% 줄어든 규모다. 이처럼 SOC예산이 올해보다 3조1천억원 줄면 건설 일자리도 4만3천여 개나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사실 SOC예산의 축소는 올해부터 시작된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해마다 SOC예산을 6.0%씩 줄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해마다 7.5%씩 더 줄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그 근거는 모호하다.

 

정부에서는 우리 SOC수준이 선진국 수준이고 충분하다고 한다. 국토 면적당 도로나 철도 길이를 보면 그렇다고 주장한다. 분모인 국토 면적이 작으니 당연히 그런 결과가 도출된다. 만약 인구밀도를 반영한 국토계수당 기준으로 평가하거나, 도로나 철도가 감당하고 있는 승객과 화물 수송량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선진국보다 한참 부족하다. 이처럼 SOC의 과부족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SOC에 과잉투자한 일본의 실패 사례를 반복해서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최근 폴 크루그만을 비롯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조차 일본의 SOC투자가 과잉, 중복투자라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성공적인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한다.

 

1990년대 초반에는 일본에서도 한때 ‘콘크리트 대신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 같은 주장도 1995년에 발생한 고베 대지진을 겪으면서 쑥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SOC투자를 콘크리트에 투자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SOC투자는 콘크리트에 대한 투자일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예컨대 SOC투자 확대로 경기도민의 출퇴근 소요시간을 지금의 절반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면, 경기도민의 삶의 질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자체도 SOC예산을 줄여왔다. ‘수송 및 교통’과 ‘국토 및 지역개발’ 예산을 합한 지자체 SOC예산은 2008년 35조5천억원에서 2015년 34조3천억원으로 연평균 0.6%씩 줄었다. 전체 지자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중 22.0%에서 14.6%로 줄었다. 이처럼 지자체 SOC예산이 줄어드니 지역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부족했다.

특히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지역에 산재해 있는 노후 인프라의 유지관리 문제다. 포항 지진과 같은 비상사태는 어느 지역에서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건설된 지 30년 이상인 노후 인프라는 재난 발생 시 지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지역 노후 인프라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토대로 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 예방적 차원의 선제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사전에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사후 발생할 더 큰 손실을 막아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지역 노후 인프라 대책과 관련하여 지난 11월 국회에서 발의된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 기본법안’은 획기적인 입법이다. 이 법안은 사후적 대응에서 선제적 투자로 지역 노후 인프라 관리방식을 전환하고,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원칙을 정하고 있다. 또한 최소 유지관리 기준과 성능개선 기준을 설정하고, 성능개선 충당금 적립도 의무화하고 있다. 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더불어 지자체마다 노후 인프라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선제적 투자를 실행했으면 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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