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엇을 믿으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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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8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때로는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는 몹쓸 습성이 싫기도 하지만 오래된 공직생활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그날 수원시에서는 수원시의회 수원비행장 이전 및 피해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 의원들을 모아 놓고 ‘수원비행장 소음영향도 조사 용역설명회’가 있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당시 수원시의회 의원들이 공군본부가 진행하는 ‘수원비행장 소음영향도 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강하게 질타했다는 점이다.

 

당시 박장원 특위 위원장은 “이번 분석에 사용하는 INM(소음예측프로그램)은 민간항공기에 적용되는 것으로, 훈련시 상황에 따라 전투기의 운항패턴 등이 달라지는 군 비행장의 경우에는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수원·광주·대구 등 세 곳 비행장의 소음측정에 고작 연구용역비 2억9천만 원이 투입된다”, “이 같은 수준의 소음지도 작성 조사는 의미조차 없다”고 했다.

 

같은 해 9월 8일에는 수원시의회는 ‘군소음특별법 제정에 따른 수원비행장 소음피해조사 공정성 확보 촉구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내용을 보면 군용항공기에 적합한 평가기준 마련과 최대 소음도를 기준으로 소음영향도 조사 실시, 보상 대상지역과 비대상 경계지역에 대한 철저한 현지조사, 정확한 군용기 운행정보 공개, 용역실시기관 변경과 정확한 조사를 위한 합리적인 용역금액 산출 등을 정부와 공군본부에 촉구했다. 웃지 못할 촌극은 지난 9월 19일 벌어졌다. 이의택 수원군공항추진단장이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끝나지도 않은 소음영향도 분석 결과와 예비이전 후보지 주변 지역 발전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수원시가 제시한 화성호 주변 소음지도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억9천만 원 들인 공군본부 용역도 부실하다는 수원시인데 우리는 수원시 발표를 확실하게 믿어줘야 하는 것일까?

 

거기에 화성시 도시계획까지 덤으로 수립해 준 것에 고마워해야 할까? 소음영향도 분석 결과 자체는 더 황당하기 짝이 없다. ‘소음예측지도를 바탕으로 소음영향도를 분석했다’는 수원시 발표는 순서부터 틀렸기 때문이다.

 

과학은 분석을 해야 결과가 나온다. 다시 말해 소음 영향 분석을 해야 소음예측지도를 만들 수 있다. 지도 먼저 그려 놓고 영향도를 분석하는 것은 누가봐도 끼워맞추기식 용역일뿐이다. 거기에 전투기 기종과 운용 횟수도 모르는 상황에서 비용은 비밀로 붙여진 채 진행된 가상의 밀실 용역을 믿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누가봐도 믿기 힘든 요구다.

 

수원시는 화성호 주변에 소음 피해가 없을 거라 말하며 국가사업임을 강조하고 있다. 2011년 당시 ‘수원비행장 소음영향도 조사’도 분명 국가사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원시는 당시 공군본부의 조사 결과도 믿지 않았다.

 

국가사업도 못 믿는 수원시가 만든 소음 영향도 분석을 화성시민은 어디까지 믿어줘야 할까?

수원시의 소음지도를 진실로 봐주기에는 그들의 행태가 너무나 미덥지 못하다.

 

김현옥 화성시 환경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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