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우리는 똑똑한 죄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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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죄를 지은 두 명의 혐의자가 붙잡혀서 각각 심문을 받는 상황에서 죄수들이 빠지게 되는 딜레마 상황을 말한다. 검사는 죄수들에게 죄를 시인하면(자백하면) 형량을 낮춰 줄 것이고, 옆방의 동료는 이미 죄를 시인했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끝까지 죄를 시인하지 않으면 형량이 더 높아진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을 들은 죄수는 옆방의 동료와 의사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결국 자백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자백을 해서 형량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만약 두 공범 모두 끝까지 죄를 시인하지 않으면 무죄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상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갖기가 어렵고, 잘못하면 자기가 더 큰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죄를 짓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하며, 만약 죄를 짓더라도 공범을 만들지 말라는 것일까? 죄수의 딜레마가 우리에게 주는 본질적인 시사점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전체적인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딜레마 상황은 공공의 영역, 특히 환경과 관련된 분야에서 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자가용을 구입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이 자가용을 구입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편안하게 이동하며, 이동에 따른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고, 교통사고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가용 구입에 대한 여러 측면을 검토한 끝에 자가용을 구입하게 된다. 

이런 개인의 선택은 별다른 문제가 없고 지극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들이 모인 결과는 미세먼지 발생, 교통체증, 소음문제 등으로 나타나며, 이는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좋지 않은 선택이 된다. 개인적으로 합리적이었던 선택이 사회 전체적 입장에서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이 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지금 모두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딜레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방법은 죄수가 조금 더 똑똑해지는 것이다. 만약 죄수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고, 가능한 범위에서 정보를 얻어 갈 수 있다면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는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시민들이 어떤 공공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능동적으로 참여해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그 결과 시민들이 그 문제에 대해 더 똑똑해진다면 우리는 우리 사회가 빠져 있는 여러 딜레마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개인은 똑똑한 죄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사회는 개인이 더 큰 관점을 갖고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조성화 수원시기후변화체험교육관 관장·한국교원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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