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연구자료를 살표보면 일·생활 양립 지표는 OECD 36개국 중 33위로 하위권 ‘OECD 더 나은 삶의 질 지수(Better Life Index·2015)’을 맴돌고 있다. 또 연간 근로시간은 34개국 중 3위(2천57시간)로 나타났고, 노동생산성은 34개국 중 25위(29.9 달러), 일·생활 양립을 위한 사회자본 점수는 28개국 중 28위로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일·생활 양립이 어려운 노동시장 환경으로 여성의 경력단절, 저출산, 직무소진(번아웃 증후군)과 같은 다양한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차츰차츰 일ㆍ생활 균형의 직장문화야말로 기업의 경쟁력이자 생존전략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 및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확산,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출산·육아휴직·유연근무 확대 실시 등 일·생활 균형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발표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근로자의 월평균 총 근로시간은 172.6시간으로 전국 평균(172.6시간)과 동일하지만, 서울의 168.6시간에 비해 다소 긴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기업규모별 근로시간을 살펴보면 30인 이상 500인 이하 사업장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80시간을 상회하지만, 30인 이하 사업장과 5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근로시간은 170시간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경기도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중소 사업장과 고용불안정성이 높은 근로자들에게 장시간 근로형태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는 경기도 근로자의 근로형태별 월평균 근로시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용역근로자(191.4시간), 기간제(186.4시간), 파견(184.5시간) 순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 근로자는 토요근무와 휴일근무의 비중이 각각 46.7%, 22.7%로 다른 시·도에 비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소기업 부문에서의 일자리 확대 및 청년ㆍ여성, 고령자의 고용 상황 개선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 확산 및 장시간 근로개선의 계기를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일·생활 균형으로 당신의 삶의 행복해집니다
‘주5일 평균 2.3일 야근, 연평균 근로시간 2천124시간, OECD 회원국 평균보다 연 2개월을 더 일하는 대한민국’
정부는 근로자는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고, 기업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선하는 ‘일ㆍ생활 균형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ㆍ생활 균형 캠페인의 핵심분야는 크게 3가지다. △오래 일하지 않기 △똑똑하게 일하기 △제대로 쉬기다. 캠페인 참여기업에는 홈페이지 등재, 조달청 물품입찰 적격심사 시 가산점 주여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근로자에게는 제휴를 통한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일ㆍ생활 균형을 위해서는 어떠한 제도가 있을까?
정부의 대표적인 일ㆍ생활 균형 지원 제도는 △시간선택제 △유연근무제 △재택ㆍ원격근무 등이다.
우선 시간선택제 일자리란 전일제 근로자보다 짧게 일하면서 근로조건 등에 차별이 없는 일자리를 말한다. 2014년 실시된 남녀고용평등 전국민 의식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3.6%가 시간선택제로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많은 근로자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요 사유는 육아, 퇴직준비, 건강, 돌봄, 학업 등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유연근무제가 있다. 유연근무제란 일하는 시간이나 장소를 유연하게 하는 근무제도다. 주5일 근무와 소정근로시간을 주수하면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거나 1주 평균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1주 또는 1일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또 근로자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거나 원격근무용 사무실 또는 사무실이 아닌 장소에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근무할 수 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를 도입 및 확대 시행하는 기업에게 연간 최대 520만 원의 간접노무비를 지원한다.
■ 근로시간 유연화·단축제도, 근로자 만족도 높다
대다수 중소ㆍ중견기업들은 유연근무제를 근로자들의 업무능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사발전재단은 최근 경기경영자총협회 등 6개 사업주단체 회원사의 노사대표와 인사ㆍ노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유연화 및 단축제도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는 700개 기업이 참여했다.
앞서 지난 2015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실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만족도 및 실태조사’에서도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근로자들의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았고, 특히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근로자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근로시간과 장소가 유연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 노력해 우리사회의 장시간 근로와 경직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라면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꿔 현재의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생존전략의 필수요소”라고 강조했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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