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보물전에서 특히 주목을 끌만한 몇 가지 유물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영조가 7세 때 쓴 예필 <송죽(松竹)>은 어린 나이로서 가지는 운필의 한계 속에서도 굳세고 당당한 필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사도세자의 <집복헌필첩(集福軒筆帖)>, <정조어서첩(正祖御書帖)> 등 세 임금의 다양한 어필이 전시되어 있어 이를 비교하며 감상하실 수 있다.
함께 전시되는 보물 제1631-3호 <읍궁진장첩(泣弓珍藏帖)>은 영조 노년의 서풍을 살필 수 있는 서첩이며, 영조가 직접 사용했던 <영조어필 벼루>는 장식이 없는 소박한 형태로 검약했던 영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벼루의 바닥면에는 영조가 1세부터 71세까지 각 갑년(甲年)의 연표를 작은 해서로 적어 두었으며 이를 통해 시력을 시험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어 흥미롭다.
그 밖에도 정조가 둘째 딸인 숙선옹주(淑善翁主)에게 하사한 친필 서첩인 <빈풍칠월편(風七月扁)>은 정조의 한글 필적이 담겨있는 매우 귀중한 유물이며, 서첩의 표지 장식과 서첩을 보관하던 비단갑 또한 궁중 양식의 격조를 보여주는 보물이다.
지난해 11월 보물 제1924호로 지정된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과 성종 대에 편찬된 조선시대 두 번째 통일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조선경국전은 조선 초기 간행본으로 현전하는 유일본이며, 경국대전 또한 현재 남아있는 판본 중 가장 이른 시기에 간행된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되는 무예서인 <무예제보(武藝諸譜)>는 조선시대 관찬 무예서 중 가장 이른 시기에 편찬된 책으로 국내 유일본이다. 특히 이 책은 임진왜란 당시 무사 양성을 위하여 일반 백성들도 읽을 수 있도록 한문과 함께 한글을 병기한 특징이 있다. 지난달 북한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보다 계보 상 앞선 무예서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아울러 조선 역대 국왕 중 가장 많은 저술을 남긴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 100책 한 질이 한자리에 모두 전시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다음으로 조선시대 명필의 서첩을 엄선,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수준 높은 글씨를 한자리에서 감상하실 수 있다.
기획전의 마지막 장은 조선시대 사대부 초상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17세기 공신상의 전형적인 양식이 드러나는 보물 제1489호 <박유명(朴惟明) 초상>, 정조 시대의 대표적인 명신 채제공(蔡濟恭)을 그린 보물 제1477-1호 <채제공 초상 시복본>이 공개된다. 그밖에도 <허목(許穆) 초상>, <김수(金洙) 초상>, <김후(金) 초상> 등 후손들이 기탁해 주신 소중한 유물들이 함께 전시된다.
개관 이후 10년 성과를 아우르는 수원 보물전을 통해 옛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겨진 소중한 유물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고 감동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 앞으로도 수원 역사문화교육의 중심기관으로서 아름다운 박물관, 느끼는 박물관, 만남의 박물관이 되도록 힘써 나아가 관람객에게 사랑받도록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김주홍
수원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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