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옛님들과 만날 수 있는 ‘수원 보물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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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홍
2008년 개관한 수원박물관은 유물 구입과 기증·기탁 등을 통해 지난 10여 년 동안 수원의 역사문화와 한국서예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11만여 점의 유물과 자료 등을 수집했다. 또한 이후 개관한 수원화성박물관, 수원광교박물관 등 수원시 3개 박물관이 함께 수원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수원박물관은 그간의 노력과 성과를 알리고자 아름답고 훌륭한 명품유물을 엄선하여 한자리에 모은 특별기획전 ‘수원 보물전’을 12월 17일까지 개최한다.

 

수원 보물전에서 특히 주목을 끌만한 몇 가지 유물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영조가 7세 때 쓴 예필 <송죽(松竹)>은 어린 나이로서 가지는 운필의 한계 속에서도 굳세고 당당한 필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사도세자의 <집복헌필첩(集福軒筆帖)>, <정조어서첩(正祖御書帖)> 등 세 임금의 다양한 어필이 전시되어 있어 이를 비교하며 감상하실 수 있다.

 

함께 전시되는 보물 제1631-3호 <읍궁진장첩(泣弓珍藏帖)>은 영조 노년의 서풍을 살필 수 있는 서첩이며, 영조가 직접 사용했던 <영조어필 벼루>는 장식이 없는 소박한 형태로 검약했던 영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벼루의 바닥면에는 영조가 1세부터 71세까지 각 갑년(甲年)의 연표를 작은 해서로 적어 두었으며 이를 통해 시력을 시험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어 흥미롭다.

 

그 밖에도 정조가 둘째 딸인 숙선옹주(淑善翁主)에게 하사한 친필 서첩인 <빈풍칠월편(風七月扁)>은 정조의 한글 필적이 담겨있는 매우 귀중한 유물이며, 서첩의 표지 장식과 서첩을 보관하던 비단갑 또한 궁중 양식의 격조를 보여주는 보물이다.

 

지난해 11월 보물 제1924호로 지정된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과 성종 대에 편찬된 조선시대 두 번째 통일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조선경국전은 조선 초기 간행본으로 현전하는 유일본이며, 경국대전 또한 현재 남아있는 판본 중 가장 이른 시기에 간행된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되는 무예서인 <무예제보(武藝諸譜)>는 조선시대 관찬 무예서 중 가장 이른 시기에 편찬된 책으로 국내 유일본이다. 특히 이 책은 임진왜란 당시 무사 양성을 위하여 일반 백성들도 읽을 수 있도록 한문과 함께 한글을 병기한 특징이 있다. 지난달 북한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보다 계보 상 앞선 무예서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아울러 조선 역대 국왕 중 가장 많은 저술을 남긴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 100책 한 질이 한자리에 모두 전시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다음으로 조선시대 명필의 서첩을 엄선,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수준 높은 글씨를 한자리에서 감상하실 수 있다.

 

기획전의 마지막 장은 조선시대 사대부 초상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17세기 공신상의 전형적인 양식이 드러나는 보물 제1489호 <박유명(朴惟明) 초상>, 정조 시대의 대표적인 명신 채제공(蔡濟恭)을 그린 보물 제1477-1호 <채제공 초상 시복본>이 공개된다. 그밖에도 <허목(許穆) 초상>, <김수(金洙) 초상>, <김후(金) 초상> 등 후손들이 기탁해 주신 소중한 유물들이 함께 전시된다.

 

개관 이후 10년 성과를 아우르는 수원 보물전을 통해 옛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겨진 소중한 유물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고 감동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란다. 앞으로도 수원 역사문화교육의 중심기관으로서 아름다운 박물관, 느끼는 박물관, 만남의 박물관이 되도록 힘써 나아가 관람객에게 사랑받도록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김주홍 

수원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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