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방정부는 민주주의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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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의 새날이 밝았다. 지난 10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새로운 지역 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시대를 열겠다”며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 사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개헌 선언을 통해, 1995년 전면적으로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번번이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좌절됐던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질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이에 발맞추어 각 지방자치단체는 일제히 지지를 표명하며 준비단을 구성하는 등 지방분권을 지역발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자치분권 5년 로드맵’에 따르면,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자치권을 헌법화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내용도 헌법화함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치단체 자치역량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계 구축, 국회 헌법 개정 지원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지방분권 로드맵이 다양한 법적·제도적 지원책을 담고 있지만, 정치적 선언이 아닌 실질적 지방분권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첫째, 지방분권개헌을 위한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헌법의 제정 수준을 요구하는 지방분권개헌은 국민의 절대적 지지와 함께 개헌논의 과정에서 국민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둘째, 주민참여형 분권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방분권개헌은 지방자치를 근간으로 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제도적 활성화를 통해 일상의 정치·행정 과정에서 ‘주권의 지역적 주체인 주민’에 의한 지배원리 즉, 주민주권원리에 기반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엇보다 지방분권의 목표는 지역자생발전이기에 지역 분권에 따른 정책성과의 수혜와 피해는 모두 지역주민과 지방정부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 분권 논의과정에서 주민의 권한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셋째, 중앙과 지방간 합리적인 재원배분에 대한 규정을 더욱 세밀히 가다듬어야 한다. 정부 로드맵에는 강력한 재정 분권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최종적으로 6대4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최종예산 기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이 54.02%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방의 규모·권한·역할·예산은 대폭 확대되어야 하나 세수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자체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는 혁신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현 정권이 내세우는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방자치 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와 열정으로 지난 19대 국회에서 지방의원 출신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 지방 3정(재정·행정·의정) 발전연구회’를 창립하여 연구활동을 이끌었던 바 있다. 지방의 3정(재정·행정·의정)이 고루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정책토론회, 법률안 발의 등 소신 있는 의정 활동을 전개해 나아갔다. 그 결과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평화통일특별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경기도 분도 문제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또한, 담배에 소방안전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지방세 의존 비율이 높은 소방서비스의 질적 확충을 도모하기도 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중앙의 기득권 내려놓기에 시동을 걸었고, 청년 지방의원들과 함께 ‘청년발전기본법안’을 대표발의 하는 등 지방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여러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향후 지방 분권의 연착륙을 위해 필자의 지난 19대 국회에서의 행보가 중단 없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난해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촛불’의 의미는 적폐청산뿐만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로 대표되는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의 개혁을 바라는 시대적 요구도 컸다. 먼 과거에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남긴 ‘지방자치정부는 민주주의의 고향이다’라는 명언을 되새기며 흔들림 없는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지역발전이 국가경쟁력을 선도하는 새날을 기대해 본다.

 

박기춘 경기일보 고문·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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