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학자들의 평단(評壇)은 신흥강국 후금(청나라)의 군사력을 알아보고 전임 광해군은 중립외교를 선택한 반면 인조는 반정의 약한 정치기반과 국제 정세를 외면한 친명배금의 의리외교로 청나라의 두 차례 침입과 47일간의 고투 끝에 결국 청태종 홍타이지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조아리는 삼배구고두례라는 굴욕의 항복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주류다.
영화에서는 척화와 화친으로 대립하는 김상헌, 최명길 두 지도자로 분한 배우의 연기가 단연 백미다. 그런데 픽션을 떠나 인질로 끌려 간 왕자들과 50만명의 비극적 운명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하는 의문에 아쉬운 회한이 차오른다.
요즘 사람들은 지난해 촛불정국과 새정부 출범 즈음해 다시금 ‘지도자의 덕목’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때맞춰 내년 6월 13일의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연말을 기점으로 전국이 지방정치의 계절로 접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지도자를 선택해야 할지 기본적인 덕목부터 짚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로마제국을 황금기로 이끌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직접 전투에 참가한 지휘관이기도 했지만 당대의 대철학자였다. 그는 자신의 저서 명상록을 통해 지도자의 덕목으로 지혜, 정의, 인내와 용기, 절제를 꼽았다. 지혜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가져오고 정의가 내부의 부패를 도려내어 신뢰 구축하며 인내와 용기를 통해 희망과 꿈의 비전을 제시하고 절제와 검소를 통한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갖춰야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로 지도자의 덕목을 피력한 것이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서 지도자의 덕목을 소개한 바가 있는데 지도자는 먼저 자신을 다스리고, 백성을 제 몸같이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아랫사람을 공평하게 다스림은 물론 백년의 미래를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떠날 때는 추호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요즘 말로 감히 해석해 본다면 공인으로서의 도덕적 청렴성과 공정한 균형감각, 그리고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국 춘추시대 말기 정(鄭)나라는 이웃 강대국인 진(晉), 초(楚), 제(齊), 진(秦)나라의 틈새에서 눈치를 보며 비위를 거스르지 않아야 생존을 유지하는 약소국이었다. 당시의 강대국들은 수시로 전쟁을 통하여 합병하는 절박한 시기여서 정나라는 불안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이때에 자산(子産)이 재상이 되어 국가가 국민에게 신뢰를 줬다. 법과 군역을 공평하게 하고 산업을 일으켜 국고를 높였다. 또 외교를 긴밀히 하여 국가의 안녕을 유지하였는데 최근 우리나라가 처한 정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무릇, 지도자는 자신을 다스리는 도덕적 관념과 청렴함이 있어야 하며 공사를 구분하는 분별력과 공평한 감각, 그리고 미래 비전과 이를 이룰 수 있는 전략적 설계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아무리 소신적 철학이 있다 해도 시민이 싫어하고 피로함을 느낀다면, 자존심을 버리고 번복하는 용기가 추가되어야 하며 항상 처음과 같은 일관성의 신뢰를 더해야 하며 검소하고 솔직한 소통의 지도자라면 우리가 여태껏 기다려 온 지도자 아닐까 기대해 본다.
이한일 동원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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