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버스노선, 공동체의 삶 속에서 생각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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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김포 정명(定名) 1260년’이다. 굳이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읊조리지 않더라도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무척이나 크다. 대부분의 ‘이름’에는 이유나 유래가 있기 마련인데, 1260년이 된 ‘김포’라는 지명유래 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의좋은 형제’ 설화가 있다.

가난한 형제가 밭일을 하다가 발견한 커다란 금덩이를 가지고 나룻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문득 형제의 우애를 그르치고 더 큰 욕심을 부르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금덩이를 강으로 버렸다는 내용이다. 

금덩이를 강물에 던져버린 포구라 해서 ‘투금포(投金浦)’라 불리다가 언제부턴가 그냥 ‘금포(金浦)’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김포는 예로부터 형제는 물론 이웃 간 정을 주고받으며 살아온 인정 많고 따뜻한 고장이다.

 

지난 9월8일 김포시 인구가 40만을 넘어섰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김포로 순유입 된 인구는 13만4천630명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이다. 이중 대부분이 강서구와 양천구 등 서울에서 한강신도시로 입주한 주민들이다. 

직장을 서울에 두고 있다 보니 출퇴근을 위한 서울행, 서울발 교통수요 증가는 폭발적이다. 그러나 대중교통수단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이 바쁜 시민들로 정류장마다 북새통이고 광역버스건, 좌석버스건 입석도 항상 만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포시는 2층 버스와 같은 대량 교통수단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서울 도심으로 가는 버스 노선의 증설과 증차이다. 서울 방면 버스 노선을 증설, 증차하려면 서울시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고수하고 있는 ‘버스 총량 유지’, ‘광역버스의 2호선 벨트 진입금지’, ‘시내버스의 서울시 경계 환승’ 원칙은 너무나도 높은 진입장벽이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우리가 갖고 있는 노선을 조정하여 분배하거나 가까운 정류소로 가서 환승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선 조정과 분배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버스 노선이 단순히 ‘버스가 다니는 경로’라는 의미를 넘어 생활의 질을 좌우하고 심지어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요소가 되어 버렸다.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밀어붙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녹록지 않다. 거점 정류소를 이용한 환승 역시 외면받는 부분이 있다. 바쁜 아침 시간에 5~10분을 걷거나 기다리는 현실을 마음 좋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버스 노선을 비롯한 교통인프라는 공공재다. 공공재는 한편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현재의 버스 노선으로 인한 편익은 영원히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라 행정행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반사이익’이다. 지역별·아파트별 내 집 앞 버스노선 유치 경쟁은 전체 노선체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도시 전체로는 비효율이 되고 만다. 버스 노선을 재산권으로만 인식하면 상호 갈등이 증폭된다.

 

버스 노선이 필요한 시민도, 이미 원하는 버스 노선 가까이에 살고 있는 시민도 버스 노선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격론을 벌이기보다 ‘우리의 것’이라는 다수 시민의 공익적 가치와 공동체적 인식으로 함께 어울려 사는 김포를 생각했으면 한다. 편리는 나누면 두 배가 되고, 불편은 나누면 절반이 되는 법이다.

 

조성춘 김포시 교통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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