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건강을 지키는 소중한 자산 ‘토종채소’

▲
토종작물은 오랜 기간 우리 땅에서 자라고 잘 적응한 작물을 일컫는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문화유산과 비슷하다. 토종의 중요성은 대대손손 전해오는 유산으로의 가치도 있지만, 유전자원으로서 가치도 높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노먼 볼로그 박사가 육종한 밀 품종이 우리 토종 ‘앉은뱅이 밀’의 유전자를 받은 후손에서 탄생했다. 또 정원수로 널리 이용되는 ‘미스킴라일락’은 국내 토종 ‘털개회나무’ 피를 받아 만들어져 미스킴라일락으로 불린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도 2014년 제정된 경기도 토종작물 보존과 육성을 위한 조례에 발맞추어 토종채소를 중심으로 자원수집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토종 자원 수집은 주로 민간단체인 토종씨드림, 씨앗도서관과 협력해 수집하고 그 특성과 숨겨진 기능성을 발굴하고 있다. 

현재까지 고추, 배추, 무, 상추, 호박, 참외, 아욱 등 채소를 중심으로 600여 종을 수집했고, 매년 100여 종을 직접 시험포장에 재배하면서 보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또 도시 소비자들에게 토종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올해는 화성, 안산, 남양주 3개소의 도시텃밭과 주말농장에 시범 재배해 쌈 + 샐러드 텃밭, 나물 + 국거리 텃밭, 김치 텃밭, 과채류 텃밭 등 다양한 작부 모델을 개발, 내년에도 본격적으로 보급할 예정이다.

 

지난 6월 텃밭에서 수확한 토종상추를 시식회를 통해 맛을 본 시민들의 반응은 ‘쓴맛이 강하고 잎과 줄기가 두꺼워 아삭한 맛이 나고 어릴 때 먹었던 추억의 맛이 난다’ 등이었다. 대중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특히 식감이 좋은 꽃상추, 매꼬지상추, 개쎄바닥상추, 서울하일상추 등이 선호도가 높아 텃밭 재배용으로 선발했다. 또 8월에는 토종 배추 모종 나누기 행사를 통해 도시민들의 토종에 대한 인기를 실감했다. 토종 배추는 포기는 조금 작으나 고소한 맛이 뛰어나고 조직이 단단해서 김장을 담아도 쉽게 무르지 않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토종의 또 다른 장점은 우리 땅에 오랫동안 자라 오면서도 유전적인 다양성을 지니고 있어 유익한 기능성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는 건강식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몸에 있는 유해산소인 활성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만들어 주는 항산화물질 중 하나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을 분석한 결과 토종 채소가 일반채소와 비교해서 그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아 기능성 측면에서도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토종자원의 지속적인 수집도 중요하다. 매년 잊혀가는 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은 농촌진흥기관과 민간단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 수집된 자원 중 유전적인 특성과 지역 적응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농업기술원을 중심으로 농업기술센터, 농업인과 연계해 재배법과 종자보급 등 종합적인 유기관계가 필요하다. 농업인을 통해 생산된 지역 특화 토종 작물이 도시 소비자들에게 잘 유통될 수 있는 체계적인 유통망도 절실하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1 지역 1 특산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또한 필요하다. 앞으로 토종채소는 건강식품, 전통식품의 트렌드에 발맞추어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돼 로컬푸드 운동과 연계해 발전시켜 나간다면 토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많은 도시민들이 토종채소를 중심으로 텃밭을 꾸며 옛 토종자원도 보존하면서 자라나는 자녀에게도 오랜 추억 속의 맛과 향수를 공감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진영 경기도농업기술원 도시원예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