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모두 ‘조선족’으로 묘사됐다. 어린 소녀들을 폐건물에 감금한 장면은 물론 그곳에서 난자를 채취하는 끔찍한 내용이 비교적 소상히 드려나 관객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중국 식당을 근거지로 둔 범죄조직이 청년들을 구타 고문하는 장면도 있다.
이에 대해 ‘청년경찰’을 기획한 김주환 감독은 중국동포와 대림동을 범죄의 온상으로 설정한 데는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며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대림동에서 거주하면서 장사를 하는 중국교포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장사에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며 절규에 가까운 울분을 쏟아내고 있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영화 ‘황해’(2010), ‘신세계’(2013), ‘악녀’(2017) 등에서도 중국동포가 인신매매, 살인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중국교포의 상처는 더 깊어지고 갈등의 파고는 높아갔다.
이처럼 우리 국민들의 중국교포를 보는 시각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중국동포는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한민족이며,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웃이다. 조선족은 한민족 혈통을 지닌 중국 국적을 가진 주민들을 가리킨다. 19세기 중후반 만주로 이주하면서 중국 영토 내에서 조선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는 14만 2천168명이다. 설 추석 등 명절에는 전국 곳곳 중국교포들이 상경해 대림동에서 고향 친지들과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필자는 이웃에 사는 중국교포 박모씨(65)와 친구로 사귄 지 4년이 됐다.
그는 귀화한지 15년이 되었음에도 주위의 차가운 시선과 강력사건 발생 시, 언론에서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볼 때마다 역겨운 자괴심이 끓어오른다며 자신이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고 실토하곤 한다. 그때마다 괴로워하는 그에게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고 사는 게 되레 정신건강에 보약이 된다”며 구차한 말로 감쌀 수밖에 없다.
지난달 10일 오후 대림동 주민자치 센터 회의실에서 귀한 중국동포 경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박씨와 동행한 적이 있다. 골목길 양편에 ‘중국동포들은 범죄자들이 아니다.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는 사과하라!’라고 쓰인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얼마나 속상하면 저럴까. 그들의 표정은 울분에 가득 차 있었다. 회의실에는 수도권에 거주한 100여 명이 노인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동포는 “우리 동포 사회의 힘이 약하고 역량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며 “이번 기회에 동포 사회를 비하하는 문화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가 공감하듯 뜨거운 박수로 호응했다.
한켠에서는 영화 ‘청년경찰’이 500만 명을 넘어섰다고 시끄럽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된 셈이다. 중국동포들 대부분 우리 국민이 기피한 3D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대부분이 식당과 상점 종업원, 건물청소원, 가사도우미, 육아 돌봄이, 건설잡부, 제조업 노동자 등으로 성실하게 일하면서 살아가는 순박하고 정직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허구적으로 꾸며낸 영화 ‘청년경찰’처럼 예술성을 앞세워 중국교포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민형사적인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 향후 더 이상 그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박정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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