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는 나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지닌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와 달리 투표율이 저조한 편이다. 일선에서 선거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필자로서는 정말 안타깝게 느껴지는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가 투표장에 들어가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각자의 상황이 힘들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는 달라지지 않아서, 인물이 없어서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투표를 포기함으로써 잃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투표용지 1장의 가격을 환산하였더니, 7천113원 가량으로 산출되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얇은 투표용지 한 장이 식사 한끼 정도의 가격이지만, 이 가격의 사회적 함의는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이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느냐의 여부 그리고 방법에 따라 향후 4년 아니, 그 이후의 대한민국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내년 실시하는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저조한 투표율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것은 지금은 그만큼 유권자의 정치적 의식이 한 층 성숙해지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후보자를 선택할 때 출신지역, 학벌, 정당만 고집하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러 후보자들이 서로 자기가 적임자라며 달콤한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유혹할 때 우리는 그들의 말을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후보자가 내놓는 공약이라는 상품에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한·재원조달방안이 제대로 표기가 되어 있는지 말이다.
정치인들이 제시하는 공약이 정말 실현가능한 것인지 물건을 고르듯이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도 유권자의 힘을 두려워하고 포퓰리즘적인 공약 남발이 아닌 철학과 진지한 고민이 담긴 공약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시기가 여러 가지 사회·경제·안보적 문제들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이리저리 따져본 후 행사하는 소중한 한 표가 당면과제를 풀어나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투표가 답이라는 사실, 너무나 당연한 명제지만 그 가치의 소중함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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