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북한 완전 파괴’, ‘폭풍 전 고요’에 대응해 김정은은 ‘초강경 대응’, ‘불로 다스려야’ 등의 말 폭탄을 쏟아내고 있다. 말로는 전쟁을 하는 사람들로 느껴질 정도다. 이들의 말 폭탄으로 우리는 섬뜩함을 느낀다. 한반도는 이들의 최고조에 달한 말 폭탄 아니 ‘말 전쟁’으로 실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돌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그간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터여서 그리 새롭지 않고 어떻게 대비하여야 할지 알고 있다. 북한은 과거 남한에 대해 ‘서울 불바다’로 겁을 주거나, ‘천안함 폭침’, ‘서해 연평도 포격’, ‘휴전선 지뢰폭발’ 등의 도발을 일삼아 왔다. 우리는 차분하게 이에 대응했고 간혹 단호함도 보여 왔다. 과거 북한의 도발은 단순 도발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아 북한이 과연 전쟁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현시점에서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을 우리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를 이해함에 그가 30년 전에 쓴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1987)’을 보면 트럼프의 성향을 일부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린 시절 트럼프의 성정은 거칠고 공격적이어서 초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의 얼굴에 멍을 들게 해 학교에서 쫓겨날 뻔했는데 이는 자랑이 아니고 자립심이 강해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자 했다고 한다.
지금은 주먹 대신 머리를 쓰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13살에 그의 아버지는 트럼프를 군사교육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뉴욕 군사학교에 보낸다. 그곳에서 그는 해병대 상사 출신인 육체적으로 강인한 도비어스 선생님을 만나는데, 특권층의 자녀들이든 줄이 틀리면 누구든 후려쳤고 트럼프는 그를 육체적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간파했다고 한다. 동료들은 그 방법을 택했다가 바보가 됐으나 트럼프는 자기편으로 어떻게 끌어들일까 궁리한 끝에 그의 권위를 존중하고 있음을 넌지시 알렸다고 한다. 힘이 센 사람들의 특성이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하면 뒤통수를 노리는 습관이 있는데, 상대방이 강하지만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눈치채면 상대방을 남자로서 대접하고 본능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간파된 뒤 둘은 아주 친해졌다고 한다.
트럼프와 김정은과의 반복되는 말 폭탄을 보면 트럼프의 성장기에서 보였던 일부 모습을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강한 군사력으로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며 김정은의 굴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들의 말 폭탄의 강도는 강 대 강으로 가고 있으며 게임이론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취하고 있으나 뒤로는 국무장관인 틸러슨을 통해 대화와 외교의 물꼬를 트고 있으니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트럼프는 또 한미 FTA에 대해 개정보다 폐기를 강요, 경제 분야에서 한국을 압박하며 미치광이 전략을 취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사자와 같이 용맹하여야 하나, 때에 따라서는 여우와 같은 교활함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이를 실천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우리는 안보, 경제 분야에서 가용한 모든 대안들을 준비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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