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중생 폭행사건으로 소년법 폐지, 흉악한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일반범죄예방에 기반을 둔 각종 제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흉악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한 처벌 강화를 통해 청소년들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단두대 및 교수대에서 공개처형을 하던 시대에도 구경꾼들 사이에서 소매치기 및 성추행이 횡행했다는 사실은 가혹한 처벌만으로는 결코 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청소년 범죄가 날이 갈수록 집단, 흉포화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 SNS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알려져 최근에 특히 심해졌다고 느낄 뿐이지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다.
즉각적인 소년법 폐지 또는 법 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국민에게 쉽고 강력한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흉포해 가는 청소년범죄를 막을 수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호관찰소,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경찰, 검찰, 법원, 민간 자원봉사자 등 다양한 사회자원이 촘촘히 범죄예방의 그물망을 짜는 것이 범죄를 예방하는 데 훨씬 중요하다고 하겠다.
의정부보호관찰소를 예로 들면 직원 개인당 약 100명 정도의 많은 청소년을 지도하고 있는 바, 법사랑위원(자원봉사)을 통한 멘토링 및 시의적절한 원호(장학금, 교복비, 난방비 등)와 학교 밖 청소년들의 진로지도를 위해 청소년상담센터와 연계하고 재범우려가 높은 청소년들은 경찰, 검찰, 법원과 유기적으로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외출제한명령, 야간순찰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는 등 범죄예방 그물망을 촘촘히 짜고 있다.
이러한 범죄예방의 그물망에도 올해 8월까지 총 실시인원 1천59명 중 101명(재범률 9.54%)이 재범하였는바 ‘직원 한 명만 더 추가되면, 보호관찰 청소년들이 50명 이하만 되면 아무도 사고를 치게 하지 않을 자신 있다’고 직원들끼리 인력증원의 아쉬움을 자주 토로하곤 한다.
지난 3월부터 보호관찰 청소년들 15명이 모여 매주 합창 연습을 하고 매월 한 번씩 장애인, 노인시설을 찾아 공연 및 휠체어 봉사 등을 전개하고 있다. 많은 보호관찰대상자 중 재범 가능성이 농후한 아이들을 모아 봉사활동을 프로그램에 접목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호관찰 청소년들이 우리사회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가? 과연 이러한 청소년들이 흉포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애정과 사랑이 결핍되고 기회가 박탈되어온 보호관찰 청소년들이 흉악한 범죄로 나아가지 않게 하는 것은 인력이 보강된 보호관찰관의 열정과 촘촘히 짜여진 범죄예방 그물망 시스템의 조화 속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느 쪽에 투자하고 싶을지 묻고 싶다. 단기간의 보여주기용 처벌강화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하는 범죄예방 그물망 중에서 말이다.
고기영 의정부준법지원센터 책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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