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의 국어사용을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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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자 조선의 4대 임금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들어 백성의 닫힌 눈을 뜨게 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해주신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다. 1965년부터 우리나라는 이 같은 높은 뜻을 받들어 세종대왕이 탄생한 5월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영릉(英陵)이 소재한 경기도 여주에서 숭모제례를 지내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세종대왕의 그 큰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일까. ‘대박’, ‘구라’, ‘중딩’, ‘헤어 스튜디오’ 등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외래어와 신조어, 저속어가 길거리와 미디어에 넘쳐나고 있는 현재, 우리는 대왕의 큰 뜻에 어긋나게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반문이 든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특성상 이런 말들이 확산되는 것이야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공인들의 입과 신문·방송에서도 거리낌 없이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어제(9일)는 571돌 한글날이었다.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한글’을 꼽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무분별한 외국어, 신조어, 저속어의 남·오용이 사회적 문제라는데 이의를 갖는 사람을 드물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자행되는 이 같은 잘못된 언어사용이 우리말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문자는 그 언어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즉 말과 글은 한몸이며 건전한 말과 글이 민족의 정신을 바로 세우고, 사회를 건강하게 한다. 실제로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언어로 사회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을 통제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는 만큼, 언어와 문자는 한 문화의 사고방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따라서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영어나 외래어를 섞지 않고서 자신의 뜻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우리나라를 이끌 지도층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때문에 정치인들과 행정기관, 언론에서의 올바른 글쓰기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지난 5월 경기도의회에서는 ‘경기도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를 개정해 그동안 누락되어 있었던 경기도 국어·한글 사용실태 조사 및 평가대상에 경기도 출자·출연기관을 포함함으로써 경기도 공공기관 전체에서 올바른 국어사용을 확대ㆍ촉진하게 됐다.

 

경기도를 포함한 산하 공공기관에서 작성하는 다양한 종류의 문서는 도민의 보건, 안전, 복지, 교육, 재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도민이 그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명기해야 도민의 ‘알 권리’를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에서는 이 조례를 통해 저속하거나 차별적, 특히 무분별한 외래어 및 외국어, 신조어 등을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알기 쉬운 국어사용으로 행정과 정책 사업에 혼동이 없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

 

‘한글’은 세상 그 어떤 문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적인 표기수단이다. 전세계 사람들이 과학성과 독창성을 칭송하는 한글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한글의 고마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571돌을 맞은 한글날에 우리 국민 모두가 취해야 할 한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올바른 국어사용에 대한 국민 개개인은 물론,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자정 노력을 기대해 본다.

 

정윤경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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