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카 프리 데이, 그 진화와 혁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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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중심의 교통 문화로 인한 대기오염, 교통 혼잡 등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동차로부터 자유를 누리려는 다양한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노력의 일환이 바로 해마다 9월 22일이 되면 열리는 ‘세계 차 없는 날 (World Car-Free Day)’ 행사이다.

1997년 프랑스의 항구도시에서 처음 시작된 ‘차 없는 날’은 일 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자동차를 타지 말자는 취지로 대중교통, 긴급차량, 생계형 차량을 제외한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는 날.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는 나라, 도시, 단체 등은 이 특별한 이벤트를 나름의 방식으로 준비하고 시민과 함께 즐기며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다.

 

이미 2010년에도 벨기에 브뤼셀은 9월의 어느 하루를 지정해서 이 날에는 도시 전체에서 자동차 운행을 전면 금지했고 시민들은 차 없는 거리를 자동차 매연을 맡지 않고 안전하게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날을 기념하며 즐겼다. 

유럽에서는 ‘차 없는 날’에서 ‘차 없는 주간 (European Mobility Week)’으로 이미 진화했고, 자동차와 같은 이동 수단 중심의 사고에서 ‘사람 중심의 이동(Mobility)’의 필요와 수요를 중심으로 도시의 이동체계를 다시 전환적으로 구상해 오고 있다.

 

특히, 유럽위원회(EC)는 지방정부를 이러한 전환적 행동의 주요 주체로 보고 유럽의 지방정부들이 9월 한 주간 개최되는 행사를 통해 도시의 교통체계를 전환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상설 사무국을 설치해 지원하고 있다. 일 주일간의 행사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응을 포함한 사회적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

 

이러한 노력을 기초로 올해 수많은 유럽의 도시들은 최근 그야말로 깜짝 놀랄만한 기획을 앞다투어 발표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파리는 10월1일 전 지역에 ‘카 프리 데이’를 선언했다. 2015년에는 파리 중심가 중심으로 3분의 1 지역에, 2016년에는 파리의 2분의 1 지역에서 시행했던 것을 확대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까지는 파리 중심가에 차량 통행을 일상적으로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서울에서 첫 행사가 시작됐고, 2008년부터 환경부의 행사지원으로 국내에 확산되고 지방정부도 참여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 행사가 주도한 사회적 변화와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제는 진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인식 수준이 유럽과 다르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대만의 가오슝에서는 10월1일 ‘생태교통 페스티벌 (EcoMobility World Festival)’이 시작된다. 한 달간 승용차를 사용하지 않는 삶을 사는 마을을 세계에 선보인다. 걷기와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계획,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이동체계와 교통수단 간의 유기적 연계의 중요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현장이 될 것이다. 이 축제는 지난 2013년 수원에서 세계 최초로 개최되었던 ‘생태교통 2013 수원’을 대만에서 구현하는 것.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의미 있는 행사를 개최한 바 있고, 많은 지방정부와 시민사회는 보다 혁신적인 사회적 변화를 견인할 준비가 돼 있다.

 

대기 오염으로 시민들이 병들고 목숨까지 잃고 있다. 우리사회의 정책리더십은 이러한 엄중한 현실에 진정성 있게 적극적으로 화답해야 한다. 행사는 정책의지를 견인하는 중요한 수단이니까.

 

박연희 이클레이 한국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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