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 잇는 ‘녹색통로’ 구축하자

김영규
김영규
나날이 높아지는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 저녁이 되면 근무지와 연결된 청소년공원에서 반려견과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며 건강을 다지는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최근에 만난 젊은 부부는 “이 공원과 청소년문화센터를 보고 이사를 왔다”면서 집 가까이에서 여유시간을 누릴 수 있는 것에 흡족해하는 모습이다.

세계 인구의 54%가 도시에 살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는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돼 지난해 통계로 보면 총 인구 5천170만여 명의 91.8%인 4천747만여 명이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인구집중이 심해지고 주거형태도 초고층화되면서 집 가까이에서 자연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공원과 호수 같은 환경이 거주지 선택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도시녹지는 생활의 여유로움과 쾌적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주는 것 외에도 환경보호의 중요한 수단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숲이 도심 부유먼지의 26%, 미세먼지는 41%까지 줄여주고 미세먼지 29만t을 포함하여 약 107만t의 먼지를 흡수한다. 이를 경유차로 환산하면 1억7천만대가 내뿜는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효과라고 하니 녹지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녹지는 공원숲생태통로 등 다양한 녹지의 형태를 포괄하는데, 인위적으로 단절하고 구획하여 파편화된 땅을 다시 이어준다는 뜻의 ‘그린웨이(green way)’라는 개념도 많이 사용된다. 하나의 도시를 넘어 광대한 영역을 아우르는 거대 그린웨이에서부터 내 집 앞까지 모세혈관처럼 연결되는 녹색통로는 세계도시들의 오랜 정책이자 국내 지자체들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린웨이의 완벽한 모델인 캐나다 밴쿠버시가 소개된 책을 본 적이 있는데 민-관 협력과 자발적인 시민그룹의 역할도 시사점이 있지만 큰 것은 크게, 작은 것은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정책을 펼친 부분이 돋보인다. 밴쿠버시는 10여년 전부터 새로 건축하는 아파트 단지에 야채를 심어먹을 수 있는 텃밭과 30종 이상의 새가 사는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의무조항이라고 한다. ‘집에서 250m 내에 그린웨이 만들기’라는 것도 있다. 사람이 편안하게 보행하는 거리는 도보 5분, 성인걸음 400m인데 노약자와 어린아이는 이보다 짧아 250m 정도다. 즉 누구나 집에서 5분만 걸어나가면 그린웨이가 나타나 공원으로 연결해주는 도시가 목표인 것이다.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가 커지자 도심공원들을 연결하는 것과 별도로 인근 도시들과 함께 설립한 광역밴쿠버지역청을 통해 그린웨이를 광역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북핵과 사드보복 때문에 불편한 관계가 된 중국의 약진도 놀랍다. 1996년 베이징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서 녹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중국은 12개 주요도시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 이들 도시는 1981년 10%였던 도시숲이 현재 40%로 확대됐다. 이달 초에는 쓰촨성 청두(成都)시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긴 도심 그린웨이 구축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스케일 면에서 남다른 중국답게 ‘한 개의 축, 두 개의 산, 세 개의 고리, 일곱 개의 길’로 구성되는 구-시-현 3단계 수준의 광역 그린웨이 시스템이다. 2025년까지 1천920㎞에 이르는 구 수준을 완성하고 이를 타 도시 그린웨이와 연결해 총 길이가 5천㎞를 넘는다.

최근 수원시가 내년 3월부터 교목(喬木, 큰키나무) 3천370그루를 심는 ‘도시공원 울창한 도시숲 조성사업’을 전개하고, 전국 최초로 ‘민간분야 조경관리를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광교산을 수원과 공유하고 있는 용인시는 ‘2035년 용인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여 광교산 자락에 더 이상 아파트단지 개발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뉴스도 나왔다. 경기남부권역은 자연과 주거 편의시설들이 긴밀히 얽혀있는 곳이다. 자연은 경계가 없다. 거시적이고 장기적 안목에서 지역적 경계를 넘어 백두대간을 더욱 온전히 하고, 작게는 집 앞까지 그린웨이를 연결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한 차원 높은 계획을 실행할 때가 된 것 같다.

 

김영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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