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華寧殿 告由別茶禮>
국왕 순조는 화성에 묻힌 선왕 정조를 찾아갈 때마다(10회) 화령전에 예(禮)를 행함은 물론 순조 12년 9월22일에는 정조대왕의 주갑(周甲:회갑)이어서 화령전에 친히 작헌례를 행하였고, 순조 26년과 28년에는 왕세자가 따라와 아헌례를 행하였으며 이후 헌종 2회, 철종 3회, 고종이 2회로 왕의 친제(親祭)가 17회 이루어진 조선시대 유일한 외방진전이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인 서유구(徐有)가 수원 유수로 재임(헌종 2년)하면서 쓴 행정일기 <화영일록(華營日錄)>에는 “현륭원에는 속절제(설, 한식, 단오, 추석, 동지)를 지냈고 화령전에는 사맹삭, 탄신제, 납향제에 헌관으로 참여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영조가 찬정한 <국조속오례의(國朝續五禮儀)> 길례(吉禮) 편에는 제사의 규모에 따라 대사중사소사속제(俗祭)로 구분한 바, 명절과 탄신일은 속제에 속하므로 속절 진전향사에는 비록 임금의 친제라 하더라도 용악(用樂:음악)과 육찬(肉饌:고기)을 쓰지 말며 변() 두(豆) 작(爵)이 아닌 은으로 도금한 잔(盞)과 은 찻잔(銀茶鍾), 그리고 제기는 유기를 사용하게 하였다. 이러한 수원화성 화령전은 지역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므로 전통을 이은 미풍양속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다례(茶禮)란 ‘사람이나 신에게 차와 음식을 대접하는 예, 또는 그러한 법식’으로 주다례(晝茶禮), 별다례(別茶禮), 접빈다례, 고유다례(告由茶禮) 등이 있다. 주다례는 낮 제사라 하여 기제사처럼 아침저녁은 밥을 올리고 낮에는 간단히 차를 올리는 것을 말한다. 별다례는 제사 의무가 없는 특정한 날에 특별히 행해지는 명분을 가지고 영혼에 대한 공경과 추모의 뜻을 전하는 것이고, 고유다례는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 사당이나 신명에게 사유를 고한다는 뜻이다. 고유제에는 술을 올리지만, 고유다례에는 술과 차가 함께 올려진다.
고유별다례는 정조 때인 18세기 후반부터 성해지기 시작했는데 <정조의 화성행차 그 8일>의 넷째 날에 “이번에는 별다례를 행궁에서 하였고” 하였으며 <조선왕조실록>에는 순조 22년 2월2일에 정조대왕이 혼인한 지 61년이 되는 날, 회혼을 축하하는 주량회갑(舟梁回甲) 별다례가 있었다.
올해는 정조대왕께서 1795년 을묘 해에 6천여 명의 수행원을 이끌고 수원화성에 행차한 지 222주년 되는 해다. 오랜 세월 소멸되지 않고 남아있는 의례를 통하여 정조의 도시 수원에서 정조의 뜻을 기리는 ‘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린다. 문화제의 성공과 안녕을 기원하는 ‘화령전 고유별다례’는 분명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가장 한국적인 효문화 상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 수원화성문화제 전야제 첫 행사인 화령전 고유별다례는 진설도 그대로 재현한 궁중정과와 정조 임금께서 즐겨 드셨던 차와 술을 준비하여 별다례 후 음복례에는 제 참례자 누구나 음복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강성금
수원화성예다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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