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살은 2011년 정점을 찍은 후 조금씩 줄고 있기는 하지만 2015년 한 해에만 1만3천51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인구 10만명당 평균 26.5명으로 2위 헝가리(19.4명)보다 훨씬 높다. 인구 10만명당 2011년 5.5명에서 2015년 4.2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과연 행복할까. 이는 내가 30여 년 교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일관되게 붙들고 고민하는 화두이다.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 OECD 국가 중 최하위’, ‘청소년 사망원인 1위 자살’ 등의 지표가 말해주듯 우리 청소년들은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삶의 무게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아이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는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죄책감에 시달리곤 한다. 누군가 아이들의 자살을 ‘사회적 타살’이라 하지 않았는가!
자살의 원인은 간단하지 않다. 여러 가지 사건과 감정이 오랫동안 쌓이면서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 자살에 대한 우리의 통념 중 오해하고 있는 내용도 많다. 사람은 자신이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못할 때, 삶에 대한 의지가 결핍되며 자살로써 현실을 벗어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원자화된 개인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고립되고 경쟁에 지친 아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그들을 지지해 줄 사람이다.
청소년 시기에는 부모나 교사보다 또래집단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살 신호를 친구에게 가장 먼저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성을 감안하여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광명교육지원청 관내 학교를 대상으로 게이트키퍼(Gate-keeper) 양성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였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모든 지원청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2018년부터 보건복지부에 자살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에밀 뒤르켐에 의하면, 대체로 타인과의 관계가 소원한 사람들,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에 정체성이 쉽게 위축된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집단생활에 잘 융합하는 사람, 타인과 의미 있고 대등한 사회적 관계를 잘 맺는 사람, 빠른 사회 변화의 물결 속에서 자기 연속성을 유지하는 사람은 자살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부모든, 교사든, 친구든 우리 모두가 아이들에게 심리적 지지자가 되는 것, 이것이 아이들의 자살 예방의 출발이다.
10대들의 자살은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그들의 마지막 몸부림이다. 그들의 절규에 응답할 의무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세계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곱씹어 볼 일이다.
조성범 경기도교육청 학생안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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