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이후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수출기업들의 전반적인 평가이다. 국가재난 수준이라고 평가된 청년실업 문제의 시급한 해결과 소득주도 성장의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내수 확대와 적극적 고용정책도 환영한다.
그러나 기업 특히 중소기업 입장에서 고용을 늘리고 급여를 높여주려면 일정 수준의 성장이 담보돼야 한다. 더 나아가 불합리한 원ㆍ하청관계와 하도급 관행 등에 대한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타협을 통해 내수가 경제성장을 주도할 시점까지는 내수와 수출을 구분하지 말고 효용성이 큰 수출 관련 정책들이 후순위로 밀려나도록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수출기업이 고용, 생산성, 임금, R&D 등 제반 지표에서 내수기업을 크게 앞선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의 일자리 창출 및 혁신역량 비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6~2015년) 수출기업의 취업자 수 증가율은 18.7%로 내수기업의 12.2%보다 무려 6.5%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매출액도 수출기업이 8.9억원으로 내수기업 5.5억원의 1.6배에 달한다. 혁신역량 지표인 R&D 투자 역시 2015년 기준 수출기업이 매출액 대비 4.48%로 내수기업 1.09%의 4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기업특성별 무역통계로 바라본 수출입 중소규모 기업분석’ 보고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조사와 2015년 기준조사를 비교한 결과 2010년에 수출을 했던 중소기업 중 69.8%가 2015년까지 살아남은 반면, 내수기업은 같은 기간 생존율이 5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기업 중 약 800개 기업은 대규모 기업으로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우리나라 총 수출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5%로 OECD 평균 31.5%보다 11.0%p 낮았다. 반면 대기업 수출비율은 79.5%로 OECD 평균 56.8%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결국,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좁은 내수시장보다는 수출시장을 공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고 수출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타 국가 또는 국내기업 간 경쟁을 통해 생존성을 높였던 것이다. 특히 이 중 상당수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해 바람직한 성장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은 지원 여하에 따라서는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수출구조를 개선하고 중소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출을 유도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질적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고용정책을 통해 단기간에 일정 숫자의 일자리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일자리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염두에 둔다면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역시 기업일 수밖에 없다. 특히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수출기업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출범 100일을 맞이한 신정부는 수출의 중요성을 재평가하고 적극적인 수출지원 정책을 통해 수출, 투자, 내수의 순차적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종찬 한국무역협회 경기남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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