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때 그 시절 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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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선교기관에서 ‘그때 그 시절’이란 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다. 8월에 시작하여 9월 한 달 전시를 할 계획이다. 신청 마감이 되도록 참여율이 저조하더니 막상 전시한 사진들을 보더니 많은 교우들이 새롭게 참여하여 성황을 이루어 보는 이로 흐뭇하다.

 

전시된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여러 사진 속에는 어린 시절 요람의 사진부터 첫돌 사진, 동네 애들과 멱 감고 물장구치는 어린 시절, 학창시절, 소풍, 운동회, 군대, 결혼, 환갑, 여행의 추억 등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 아름다운 이야기 거리들이 많이 담겨있다. 그리고 돌이켜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추억이며 그리고 그때 그 시절 그 사람들 한분 한분은 내 삶에 참으로 소중한 분들이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다시 찾은 마음으로 사진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동안 잊고 있던 참으로 내게 소중했던 그때 그 사람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 아닌, 내 안에 하나하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음을 인식시켜 준다. 그렇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잊어야 할 과거가 있는가 하면, 오래오래 잊지 말아야 할 과거가 있다. 바울은 “뒤에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쫓아가노라”(빌3:13,14)라고 이야기 한다. 마땅히 잊어버려야 할 것은 잊어야 한다. 과거지향적인 사람이 되어서 과거에 묶여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발목이 잡히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잊어야 할 과거가 있는가 하면, 잊지 말아야 할 과거가 있다. 예를 들어 한 가정, 한 공동체(교회) 혹은 한 기업이나 한 나라가 발전해온 역사의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경제가 어떻고 정치가 어떻고 하지만 OECD 국가 중 10위권의 나라로 성장발전한 뒤에는 그때 그 시절 헌신하고 수고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 보릿고개를 넘기며 허리를 졸라매고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세”를 노래하며 살아온 그때 그 시절이 있다.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이 있다. 어떤 목사님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들은 “네가 남에게 도움을 준 것은 빨리 잊어버리고 도움을 받은 것은 오래도록 잊지 않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삶에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왔노라고 간증하는 것을 보았다. 그렇다. 우리는 너무 빨리 달려오느라 그만 잊지 말아야 할 것까지 잊어버리지는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인생은 넓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깊이도 있어야 한다. 아니 넓이보다 더 소중한 것은 인생의 깊이이다. 인생은 존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존재 이유이다. ‘얼마나 빨리 달려왔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면 ‘얼마나 바른 의에 방향으로 달려왔느냐‘는 것이다. 온통 세상은 ‘과거 진상 규명’이란 틀로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뒤섞어 놓고 있다. 진실의 아름다움은 기싸움으로 될 일이 아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가을에는 한 번쯤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내게 참으로 소중했던 사람들 그러나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잊어버리고 지나왔던 그 좋은 내 인생의 동반자들을 말이다.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면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이다.

부자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부러울 것이 없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아닐까? 색 바랜 앨범과 오래된 수첩 속에 희미해진 주소를 찾아내서 내 마음 속에 박혀있는 사진첩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싶은 여유를 부리고 싶다. 마음을 담은 엽서에 그간에 격조했던 안부를 물으며 내 소중한 사람들을 찾아내고 싶다. 내 살아온 날이 이만큼 멀리 왔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은 내 인생 안에 고스란히 축적되어 남아있는 그때 그 시절 그 사람들…

 

반종원 수원침례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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