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 공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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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태어나면서부터 인간적인 권리를 부여받는다고 우리 헌법은 규정하고 있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사회권적 권리 중 하나는 생존을 위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이다. 건강보험제도 목적은 질병으로 발생하는 의료비용을 모든 국민이 십시일반 재원을 조달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금년이 40년, 이미 불혹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이런 노령화는 필연적으로 만성질환자의 증가와 함께 고액질환자를 양산하고 있다. 의료비 급증 해결 문제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사회정책의 중핵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의료비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는 그동안 절름발이 제도로 운영돼 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의료보장성이 80% 수준인데 반해, 우리의 보장성은 2010년 이후 60%대를 갓 넘은 수준으로 정체돼 의료비 부담으로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국가가 성장하고 사회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 못지않게 사회안전망이 중요하다는 것이 정설이 되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시대에 사회복지분야의 강화는 미래의 성장 투자라는 인식이 점차 인정받는다. 이제 보건의료체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8월9일, 문재인 정부는 혁신적이고 과감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요지는 이제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국가의 위상에 맞춘 건강보험 제도를 만들겠다는 약속이다. 사실 우리 경제능력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다른 선진국들은 우리의 경제수준에 이르렀을 때 건강보험 보장성은 성숙되었고 현재는 이를 지속가능한 제도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록 늦었지만 건강보험을 우리 국가의 위상에 맞는 제도로서 빠르게 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 이번 정책의 가장 큰 핵심은 모든 의료비용은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행위, 약제, 치료 재료를 원칙적으로 건강보험에서 모두 포함하고, 국민의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 제도권 내에 포함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 상한을 경제적인 수준별로 세분화하여 보장함으로써 고액비용 발생을 방지하며, 서민의 최후 의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가계파탄을 방지하겠다는 것이 핵심 골자이다.

 

이를 위한 재원조달 정책으로는 2022년까지 현재 21조 규모의 누적적립금의 절반정도를 사용하고 제도의 국가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고지원금을 늘리며, 국민에게는 매년 3% 정도의 보험료 인상으로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아울러 불요불급한 의료비 지출은 최소화하고,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 사업 확대로 재정 절감을 함께 병행해 나아가겠다고 한다.

 

이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저소득층, 아동, 여성 등 취약계층과 경제적인 약자이면서 중증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를 위한 누구나 공감할 정책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정책이 마찬가지이듯이 정책시행 과정에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의 보건의료 공급체계는 민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국민의 대부분이 실손 민간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등 풀어야 할 실타래가 너무도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 지속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 공단은 2018년 7월 시행 예정인 형평성 있는 보험료 부과체계 적용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또한 이번 대책으로 환자 부담이 감소됨에 따라 발생할 수도 있는 불필요한 보험급여비용 지출도 적극적으로 관리해 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현행 치료위주의 보험 제도를 질병예방사업 강화, 건강증진사업 활성화를 통하여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로 바꾸어 나가는 데도 노력할 것이다. 금번 정부에서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기조에 맞춰 국민의 의료비 걱정 없는 미래를 향한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모든 국민에게 사랑받는 건강보장 기관으로 재탄생하고자 한다.

 

조성균 국민건강보험공단 안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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