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는 전치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는데 월곶~판교 복선전철 청계역 설치와 관련,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예산절감이라는 이유로 청계역사의 위치를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도 전치현상의 하나일 것이다.
지난 8일 국토부 주관으로 월곶~판교 복선전철 청계역 설치와 관련한 주민설명회가 의왕시 청계동 주민센터에서 개최됐다. 국토부 관계자 및 지역주민 5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설명회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 당시 정했던 청계역의 위치를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주민의 왕래가 거의 없는 지역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기본계획을 발표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분노를 샀다.
월곶~판교 복선전철사업은 시흥 월곶역에서 광명역, 안양역, 청계역 등 6개 구간을 거쳐 성남 판교역까지 40.13㎞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인천과 강릉을 동서로 연결하는 국가 간선철도의 수도권 주요 노선이며 사업비만 2조 4천억여 원에 이르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이 사업을 위해 의왕시는 관련 지자체 등과 함께 정부와 정치권에 해당 노선의 조기건설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복선전철의 타당성 조사 관련자료를 끊임없이 제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월곶~판교 복선전철 기본계획안에 청계역사가 포함이 됐고 지역주민은 역사유치에 열광했다.
그러나 지난 8일 사업비 절감을 위해 애초 청계교 하부에 설치하려던 역사를 안양판교로 하부로 변경ㆍ설치하겠다는 국토부의 일방적인 사업계획 변경 통보로 이 지역 주민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국토부는 청계역사 부지를 기존의 역사부지에서 서판교역쪽으로 212m 이동시킬 것이라고 결정ㆍ통보했는데 투입되는 사업비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 같은 국토부의 결정은 주민의 동선 등 접근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국토부가 설치하려는 변경지역은 인적이 드물고 지역 주민의 왕래도 거의 없는 곳이라 역을 이용하기에 매우 불편한 곳이다. 즉 국토부가 발표한 위치는 주민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완전히 무시한 곳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봤을 때도 기존 부지에 비해 부족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청계역사가 들어오는 지역은 내손동 재개발사업과 의왕백운밸리 등 신규 공동주택이 들어설 곳으로 기존 인구에 유입되는 인구까지 감안하면 대략 10~12만명 이상이 역사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국토부의 이 같은 변경계획안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2015년 기존 역사부지에 대한 국토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비용편익(BC) 분석이 0.98로 나오는 등 경제성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기에 이번 국토부의 주장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월곶~판교 복선전철은 고속철도 수혜지역을 확대하고 일반철도의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러한 사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이 편리한 곳에 역사를 설치하는 것이 당연할 텐데 단지 설치비용이 적다는 이유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 설치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산절감은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 국토부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다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당랑규선(螳螂窺蟬)의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길운 의왕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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