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고향 친구들과 인제에 있는 천상에 화원 곰배령 산행을 다녀왔다. 새로 뚫린 서울ㆍ양양 간 고속도를 타니 평소보다 한 시간여 정도 시간이 단축돼 나머지 여행 일정을 잡는데도 여유가 있었다. 바다 구경까지 할 수 있어 간만에 친구들과 좋은 여행을 즐겼다.
빠르다 보니 시간 절약은 됐는데 도로의 대부분이 터널로 이어져 위험함과 삭막함도 들었다. 또 창문을 열고 대자연의 풍경과 바람도 쐬고 해야 하는데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15년 전쯤 고랭지 채소 관련해서 강원도에서 여름철 동안 근무를 하게 돼 20여 군데 되는 관내 농협 및 고랭지 채소 생산 현장 곳곳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지금처럼 내비게이션이 없던 그때는 교통지도는 필수이고 톨게이트 부근의 지형지물, 관공서 위치 등에 의해 목적지를 찾는 시기였다.
길은 굽고 때론 비포장길도 있었지만, 산허리나 강을 가로지르지 않는 치산치수형 국도나, 지방도를 다니면서 비좁은 도로지만 목이 좋은 곳에 어김없이 그 고장의 특산품이나 간단한 식음료를 판매하던 곳이 많았다. 그때 일명 길거리표 농가공품이 지금은 지역의 대표 농·특산물이 된 것도 많다. 그 고장에 농가공품을 사서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입소문으로 제법 판매가 되는 농가공품 가판도 많아졌다. 어느 지역에서 본 만능 청양고추 양념장은 참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이었고 그 상점에는 제법 손님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것 중의 하나가 고속도로 휴게소 문화다. 세련된 인테리어, 쾌적한 환경, 깨끗한 화장실 등 어린애들도 휴게소가 얼마 남았느냐고 보채기도 해서 귀갓길 한 끼 식사는 외식 겸해서 휴게소에서 해결하는 것도 일반적인 일상이 되어버렸다.
필자는 휴게소가 대기업 프랜차이즈 상품 등이 넘쳐 나지만 너무 삭막함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국도 길에 맛깔스러운 식당을 이용하고 급한 일정이 아니면 잠시 일상에 자유로움과 아름다운 국도 길 풍경을 즐기며 여행을 하곤 한다.
요즘 국도 길 인기 농가공품은 옥수수, 칡즙은 기본적 상품이고 농산물을 단순 가공해 만든 각종 효소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일부는 상품화돼 시중에 판매 중인 상품이 많다. 농산물이 원물상태 유통이 아닌 단순 가공식품으로 변화되어 시장을 확보하고 소비도 확대되면 농업인 소득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농산물 가공식품은 가내 수공업 형태에서 발달하여 대기업에서 양산하고 판매 되는게 현재의 유통 현실이다.
얼마 남지 않은 휴가철 아니면 평소 주말 단위 여행 때 고속도로보다 추억거리가 많은 국도 길을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추억도 살리고 우리 농가공품도 접할 수 있는 국도 길 여행이 작지만 농업인 소득증대 및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도ㆍ농 상생이 아닌가 싶다.
방성진 농협수원유통센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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