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구직활동 헛수고… 실업자 5명중 1명 ‘장기백수’

통계청 지난달 18만명 집계… 1년전 비해 8천명이나 증가
전체 실업자의 18.7% 기록… 1999년 9월 19.7% 이후 최고

실업자 중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백수 비중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취업을 한다 해도 근무 시간과 임금은 세계 OECD 평균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다. 국내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고, 시간당 실질임금은 3분의 2에 불과해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기간 6개월 이상 실업자는 18만 명으로, 1년 전(17만 2천 명)보다 8천 명 증가했다. 이로써 6개월 이상 실업자 비중은 전체 실업자(96만 3천 명)의 18.7%까지 치솟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19.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사실상 5명 중 1명꼴로 장기 백수라는 의미다.

 

이처럼 실업자 중에서도 특히 장기 백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일자리의 양보다는 질과 관련이 깊다. 장기 실업자 중 상당수는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 오랜 기간 구직활동을 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실업자 중 일부는 일시적으로 구직을 포기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다가 구직활동을 재개하기도 해 실제 장기 백수 비중은 더 클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장기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일자리 질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못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라며 “고용시장 침체가 장기화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장기 백수를 벗어나 직장인이 된다 해도 형편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노동시간은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만큼 길지만, 시간당 실질임금은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기는 데 그쳤다.

 

이날 OECD의 ‘2017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천69시간으로 OECD 회원 35개국 평균(1천764시간)보다 305시간 많았다.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으로 나누면 한국 취업자는 OECD 평균보다 38일 더 일한 셈이다. 한 달 평균 22일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OECD 평균보다 1.7개월 가까이 더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취업자의 작년 평균 연간 실질임금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3만 2천399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OECD 평균(4만 2천786달러)의 75% 수준이다. 연간 실질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눈 한국 취업자의 작년 시간당 실질임금은 15.7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 24.3달러의 3분의 2에 그쳤다.

 

OECD 국가 중 가장 연간 평균 노동시간이 짧은 독일과의 격차는 극명했다. 독일 취업자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천363시간, 연간 평균 실질임금은 4만 6천389달러, 시간당 실질임금은 34.0달러였다. 한국 취업자는 독일 취업자보다 4개월 더 일하고 연간 평균 실질임금은 독일의 70%, 시간당 실질임금은 절반에 못 미치게 벌었다는 뜻이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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