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래포구, 새롭게 태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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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지역 사람들이 인천하면 손꼽는 명소 몇 군데가 있는데 소래포구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소래포구하면 오래전부터 인천시민은 물론 수도권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젓갈시장으로서 명성이 자자할 만큼 인천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들어온 곳에 위치한 소래포구는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시흥시의 경계를 이루는 뱀내천(신천)의 하구로, 이 하천은 만수천, 장수천, 은행천, 내하천이 합류해 바다로 흘러드는 하구의 명칭이다.

 

소래포구의 북동쪽에 소래산이 있는데,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인천부읍지(仁川府邑誌)’ 등에 ‘인천의 진산’으로 기록될 정도로 근방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소래포구는 바다 건너 시흥 쪽으로 가는 작은 도선장으로서 1930년대 염전이 생기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1937년 일제가 천일염을 수탈하기 위해 수인선(협궤철도) 소래역을 만들면서 작업 인부와 염분을 실어 나르는 배들이 정박하면서 더욱 활성화됐다.

 

그러던 중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북쪽에서 피난 내려온 월남민들이 정착하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들은 작은 배로 새우를 비롯한 수산물을 잡아 수인선을 타고 인천·수원 등지에서 새우젓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였다. 196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어시장에는 좌판들이 자리 잡았고 포구 입구에는 횟집들이 생겨났다.

 

특히, 1974년 인천내항이 준공된 이후, 새우잡이 소형 어선들이 정박이 가능한 소래포구로 옮겨 오면서 새우젓 등 젓갈 판매가 계속 늘어나 수도권의 대표적인 어시장으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시장 좌판이 형성된 곳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지역으로서 그동안 전통시장으로 정식 허가받지 못한 채 불법으로 상행위가 행해져 와 이로 인한 문제가 지속돼 왔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3월18일에는 불의의 대형 화재가 발생해 좌판이 반 이상 소실돼 지금 많은 상인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지난 4월 소래포구가 국가어항으로 지정되고 불법 어시장 구역이 그린벨트가 해제되긴 했지만 상업 재개를 위한 개발 방향을 놓고 자치구인 남동구와 상인들 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마찰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로가 어려울 때에는 큰 것에서 접합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해 신속한 복구와 재발 방지, 조속한 영업 재개를 주문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였다. 이런 만큼 남동구에서도 소래포구가 소중한 자산으로서 미래 지향적으로 거듭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보다 현명한 개발 방향을 수립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소래포구 어시장이 그동안 2천5백만 수도권 시민들의 사랑 속에 대표적인 전통 젓갈시장으로 자리매김해 온 것이 맞지만, 반면 불법 좌판이나 바가지 상혼 등의 안 좋은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이 있다. 비록 이번에 불의의 화재로 큰 상처를 입었지만 이를 계기로 소래포구가 지금까지의 오명을 벗고 또 상인들의 자성을 통해 명실공히 정과 웃음이 넘치는 새로운 모습의 전통시장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해 본다.

 

강종욱 인천광역시 수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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