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議員인지, 회사원인지…

▲
미국 최고의 극작가로 이름을 날린 밀러의 대표작은 아무래도 ‘세일즈맨의 죽음’일 것이다.

주인공 윌리는 30년 넘게 회사원으로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회사에 공헌했다는 자부심도 지니고 있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해고를 당하면서 30년 세일즈맨 삶의 참담한 붕괴를 겪게 된다. 

결국 그는 낙오자 생활을 하고 있는 두 아들에게 보험금을 남겨주기 위해 자동차를 과속으로 질주,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와 같은 세일즈맨의 죽음에 대해 동정을 금할 수 없지만, 또 한편으로 숭고한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지난달 자유한국당 여의도연구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에 나선 한 정치인이 “과거엔 초·재선 의원들이 정풍운동도 했는데 지금은 국회의원직을 즐기는 사람들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의원인지 회사원인지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온다”고 요즘의 정치 상황을 개탄했다.

 

말하자면 국회의원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회사원(세일즈맨) 같다는 뜻이다. 순간 떠오르는 것이 세일즈맨이 어때서냐는 물음이다.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 나오는 윌리가 아니더라도 오늘 우리의 회사원들은 치열하게 살고 있다. 윌리처럼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가 날아올지 몰라도 그 순간까지 가정을 희생하면서 회사에 충성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원 가운데 이처럼 눈물겨운 희생을 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정말 우리 국회의원들, 특권의 늪에서만 살지 말고 맨발 벗은 샐러리맨의 밑바닥 길을 뛰어야 한다.

 

물론 과거 국회의원들의 소위 ‘정풍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주목받은 것으로는 1979년 10ㆍ26후 민주공화당 박찬종, 오유방 의원 등이 중심이 되어 벌인 권력형 부정부패 척결, 정당의 민주화운동 등이 그것.

 

지난해에도 한 국회 예비후보가 정풍운동을 들고 나왔었는데 그 내용이 관심을 끌었다. 반값 세비, 국회의원 공항 귀빈실 이용 반대, 선수(選數) 우선주의 폐지 등이 그것이었다. 하는 일에 비해 세비가 너무 과다하여 국민들에게 괴리감을 주고 있고, 능력에 상관없이 국회 직책을 다선의원 중심으로 짜여 지는 것도 폐지하자는 것이었다.

 

그 후에도 자유한국당 재선의원들이 지난 7ㆍ3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박 2선 후퇴’ 등을 들고 나왔지만 대세를 이루지는 못했다.

 

왜 이들의 정풍운동이 불길처럼 타오르지 못하고 쉽게 사그라지는 걸까? 누구나 정풍운동에 대해 이의가 없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자는데 반대할 사람이 있는가? 65세만 넘으면 평생 월 120만원의 연금을 준다면 모두 고개를 돌릴 것이다.

 

청주에 물난리가 났는데도 외유를 떠난 한 지방의원은 “왜 국회의원의 외유는 문제 삼지 않고 지방의원만 가지고 시비냐?”고 항변했다. 이처럼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한 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바로잡자는 횃불은 쉽게 꺼지는 것일까? 한마디로 관건은 누가 그 운동을 주도하느냐 하는 것이다.

 

국회가 한다면 초·재선급이 아니라 중진급 의원이 나서야 한다. 정파를 떠나 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역사에 남을 일을 한다는 사명의식을 가진 인물이 ‘정풍’의 깃발을 들면 국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국회개혁-국민들은 고대하고 있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