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따께오 마을과 인연을 맺은 것은 경기도의 국제개발협력사업을 통해서다. 천연재료인 쪽을 이용한 천연염색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운영 중인 필자는 안정적인 수입처가 필요한 상태였다. 국내에서는 쪽 생산이 많지 않은 데다가 고가이기 때문이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직접 캄보디아에 찾아가 수급처를 찾았지만 현지 네트워크 부족으로 실패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까. 지난해 3월 캄보디아에서 연락이 왔다. 캄보디아에 따께오란 지역의 주민들이 부업으로 천연염색을 통한 섬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주민들이 쪽을 통해 낼 수 있는 인디고(indigo·남색) 염색기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데 경기도 ODA 적정기술 사업에 참여하겠냐는 연락이었다.
그렇게 2016년 6월 따께오와 인연을 맺게 됐다. 따께오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차로 2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곳이다. 이곳은 관개시설 부족과 토양 특성 때문에 1년 중 3개월만 쌀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 1년에 3모작이 가능한 캄보디아에서 3개월만 쌀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건 다른 소득 수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따께오는 이런 이유로 수백 년 전부터 베틀을 이용한 직물생산에 전념했는데 캄보디아 전체 베틀인구의 60%가 따께오에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975년부터 자행된 ‘킬링필드’로 직조와 천연염색 전문가들이 희생되면서 천연염색 전통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화학염색 공장이 차지하면서, 주민들은 농사와 수공베틀을 포기하고 고향을 떠나고 있었다. 이곳에는 쪽을 재배할 수 있는 땅과 사람이 있지만 기술이 없었고, 우리는 기술은 있지만 재료와 인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양쪽 다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였다.
기술이전은 따께오 지역주민들의 경제공동체인 고엘공동체(Goel Community)를 통해 이뤄졌다. 고엘공동체는 지역주민이 천연염색한 실로 의복과 스카프, 잡화 등을 생산하며 10년 이상 지역주민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데 기여해 왔다. 2017년에는 세계공정무역기구(WFTO) 인증도 받은 곳이다. 쪽 염색기술 이전을 시작하기 전 따께오 지역주민은 고엘공동체를 통해 월 100달러 정도의 가계 소득이 있었다고 한다.
기술 이전이 완료된 현재 따께오 주민들은 월 150~200달러의 가계소득을 올리고 있다. 현재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쪽의 대량생산을 추진 중인데, 이것이 실현되면 국내 천연염색 기업과 캄보디아 지역주민 모두가 윈-윈 하는 구조로 지속 가능한 모델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많은 전문기업과 전문가가 이번 협력에 도움을 줬다. 현지 NGO가 천연염색 기술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패션 디자이너가 지역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제품을 디자인했다. 기술 전문가가 현지에 파견돼 비즈니스 모델의 향후 지속가능성을 점검했다. ‘이거 괜찮은 사업인데’라는 생각에 머물렀던 우리와 따께오의 교류는 각 분야 전문가의 진단과 도움으로 꼼꼼하게 진행됐다.
경기도 국제개발협력사업을 통해 국내 천연염색 패션산업의 고민이었던 양질의 원료 수급 문제를 해결하게 됐다. 캄보디아 따께오와 함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길 기대해 본다.
정재만 약초보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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