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에 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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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통과된 정부조직법의 백미는 단연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이었다. 1996년 산업부 외청으로 신설된 중소기업청이 21년 만에 장관급 부처로 출범하게 된 것은 중소기업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외청(外廳)과 달리 부(部)는 예산과 인력뿐만 아니라 정책기능과 법률안, 부령 제정권 등을 보유하고 있어 중소기업을 위해 더욱 강력한 정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부로 승격한 중기부는 입법권과 예산조정권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경쟁력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힘을 갖게 됐다. 자고로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강해진 권한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의 무게 또한 무거워졌음을 알고 높아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먼저 민간자율에 맡겨야 할 부분과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여해야 할 부분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일정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다. 지원은 하되 기업이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 나가도록 유도해 나가고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경제패러다임 변화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함에 있어 기업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일자리와 근로자차원에서도 많은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 전 세계에 걸쳐 창업이 강조되는 이유는 생산방식의 변화에 따라 기존 산업부문에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기술기반형 창업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독일, 미국, 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들처럼 우리나라 역시 한국에 최적화된 창업지원정책을 고안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 규모와 산업특성에 맞는 육성이 필요하다. 흔히 ‘9988’로 대변되는 중소기업은 규모 면에서 그리고 형태 측면에서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소상공인은 650만 명에 이르는데, 사회안전망이 미비한 우리로서는 이들을 포용적 성장의 대상으로 보고 자율과 경쟁을 유지하되 복지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기업 간 협력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시장의 공정성 확립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정책분야로 꼽았다고 한다. 이것은 지난 경제개발 과정이 대기업 중심의 산업정책 위주로만 진행됐으며 중소기업 정책은 단지 산업정책의 일부로 다뤄져 왔다는 중기인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중소기업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여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간의 경쟁으로 변하고 있는 오늘날 경제상황을 감안해볼 때,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상생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 출범한 중기부는 앞으로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유사중복 사업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추진하던 16조 원 규모의 많은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한 가지 부탁한다면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 정책을 집행하고, 단기실적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중소·벤처기업들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정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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