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지역맞춤형 정책이 답이다] 전라남도 해남을 가다

‘엄마’들이 행복한 땅끝마을 “셋째·넷째도 거뜬 합니다”

제5회 인구의 날 ‘대통령 기관표창’
제5회 인구의 날 ‘대통령 기관표창’
“둘째요? 당연히 낳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나 낳아 키우기도 어렵다는 요즘, 둘째는 기본이고 오히려 셋째와 넷째를 낳을까 고민한다. 

4년 연속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땅끝마을 해남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해남군에는 아이 둘은 물론이고 셋이거나 넷인 집도 허다하다. 

첫째를 낳을까 고민하는 것이 아닌 셋째, 넷째의 출산을 고민한다. 인구 7만5천여 명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30%를 차지하고 있는 해남에서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 전국 최초 출산정책팀 신설

그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은 2000년대 초 인구 10만이 무너지면서 존립의 문제가 눈앞에 다가왔다. 하루가 다르게 빠져나가는 군민을 붙잡고,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기 위한 필사의 선택으로 전국 최초로 ‘출산정책팀’을 구성했다.

 

군은 출산정책팀을 필두로 다양한 출산 정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세우기 위해 직접 임산부를 만나고 출산가정을 방문해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정책이 바로 신생아 양육비 지원,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임산부 초음파 및 기형아 검사비 지원, 셋째아 이상 신생아 건강보험료 지원 등이다. 꼬박 10년에 가까운 시간과 매년 수십억의 예산을 투자했고 그 결과 합계출산율이 2012년 2.47명, 2013년 2.34명, 2014년 2.43명, 2015년 2.46명 등 4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전국 합계출산율이 2012년 1.29명, 2013년 1.18명, 2014년 1.21명, 2015년 1.24명인 것에 비하면 두배이상 높은 수치다. 무엇보다 전체 출산아중 셋째 이상이 매년 15~2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해남군이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해 운영 중인 공공산후조리원.
해남군이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해 운영 중인 공공산후조리원.
이 수치 또한 전국의 2배 수준이다. 아이를 하나만 낳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출산하는 가정이 많은 것. 이는 자연적으로 군의 인구 감소를 멈추게 했다. 2006년~2010년 4천326명이 군을 떠난 반면, 2011~2015년은 2천152명만이 군을 떠났다. 확연한 차이다.

 

이에 ‘제11회 지방자치 경영대전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2015년)’, ‘제1호 다출산 도시상 수상(이하 2016년)’, ‘제9회 지방자치단체 생산성 대상 장려상 수상’, ‘제5회 인구의 날 대통령 기관표창’, ‘전라남도 저출산 우수시책 평가 최우수상’은 물론 전국 52개 지자체가 방문해 군의 출산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갔다.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와 일본 아사히신문, 싱가폴 더스트레이츠타임즈는 군의 출산정책을 대대적으로 소개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호주의 정부기관과 언론에서 다녀갔다.

 

■ 성공 비결은, 지역 맞춤형 정책

군은 다른 지자체가 둘째와 셋째아 지원에 치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첫째아 지원에 더 힘썼다. 첫째를 편히 낳아야 둘째와 셋째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매년 32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첫째 출산에 300만원의 신생아 양육비를 양육기간동안 분할 지원하고 있다. 물론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이상 720만원도 지원한다. 2015년 843명에게 26억1천300만원이, 지난해 786명에게 27억원이 지급됐다. 

또 저출산 극복을 위한 시책으로 임산부 초음파 및 기형아 검사비 지원부터 난임부부 본인부담금 지원, 산모·아기사랑택배사업, 신생아 무료 이름지어주기, 산모ㆍ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 지역신문과 연계한 출산 축하 기사 게재, 출산용품 아ㆍ바ㆍ물 사업, 유축기 무료 대여, 엄마손 영양교실 운영, 셋째아 이상 건강보험료 지원,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지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을 개원해 농어촌 산모들이 대도시에 나갈 필요 없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493㎡(149평) 규모의 조리원에는 10실의 산모조리실과 신생아실, 모유수유실, 편백찜질방, 물리치료실 등을 갖췄다. 전라남도에 주소를 둔 산모라면 누구나 2주동안 154만원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 있다. 

사설에서 운영하고 있는 일반 조리원에 비해 1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여기에 셋째아를 출산했거나 기초수급자 및 차상위, 장애인 또는 그 배우자, 국가유공자 및 5ㆍ18 유공자, 미혼모,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 보호대상자 또는 배우자 등은 70%를 감면받는다.

 

해남군이 매년 개최하고 있는 ‘유모차행진음악회’에 참가한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다.
해남군이 매년 개최하고 있는 ‘유모차행진음악회’에 참가한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거리행진을 펼치고 있다.
■ 출산 지원 정책·서비스 대폭 확대

출산 지원 정책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그동안 분만산부인과가 없어서 광주랑 목포로 원정 출산을 가야했던 산모들을 위해 분만산부인과를 유치, 올해 11월부터는 분만과 산후조리가 함께 이루어지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또 올해부터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횟수 및 지원금을 확대했다. 체외수정의 경우 6회에서 7회로, 지원금액은 소득에 따라 300만원까지 확대되며 부족한 비용은 군비로 1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지원한다. 

 

50만원 이상 금액에 대해서만 지원하던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도 올해부터 50만원 이하인 경우에도 지원하고, 비급여 본인부담금(상급병실료 차액 및 환자특식 제외)의 90%를 지원한다. 기준중위소득 40%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기저귀·조제분유 지원사업은 지원기간을 12개월에서 24개월로 연장했다. 지난해 지원이 종료된 24개월 미만의 영유아 가정은 신청을 통해 연장이 가능하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사 지원기간은 기존 단태아 기준 10일이었으나, 올해는 자녀수에 따라 첫째아 10일, 둘째아 15일, 셋째아 이상 산모는 20일로 기간이 늘어났다. 특히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5일 단축 또는 연장이 가능하도록 해 셋째아 이상 출산할 경우 최대 25일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 탁상행정에서 탈피, 엄마의 진짜 목소리 담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들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단순히 물질적ㆍ금전적 지원이 아닌 실제 산모들과 양육가정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짚었다는 점이다. 

임산부 초음파 및 기형아 검사비는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안전한 출산을 위해 필수였지만 비급여 항목이라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산모들의 의견을 듣고 지원하게 됐다. 

 

사용하지 않는 육아용품을 아껴쓰고, 바꿔쓰고, 물려주자는 출산용품 아ㆍ바ㆍ물 사업도 출산용품의 비용을 걱정하고, 사용하지 않는 출산용품을 처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산모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보건소 1층에 위치한 모자보건실에 물품을 보관해두는 보관함을 설치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보건소에 설치한 유모차 소독기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이용하지만 매번 닦을 수 없어 고민이라는 산모들의 의견을 모아 대형 유모차를 한번에 소독할 수 있는 기계를 직접 만들어 설치해 두기도 했다. 

 

또 출산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아이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은 물론 함께 키우고 있다는 안심을 심어주기 위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임산부 건강교실에서 엄마들이 베이비 마사지를 배우고 있는 모습.
임산부 건강교실에서 엄마들이 베이비 마사지를 배우고 있는 모습.
산모·아기사랑택배사업과 지역신문과 연계한 출산 축하 기사 게재, 신생아 무료 이름지어주기가 그것. 산모·아기사랑택배사업을 통해 출산에 애쓴 산모에게 쇠고기와 미역 신생아 내의를 직접 택배로 보내고 있으며, 지역 신문과 연계해 아이 사진과 함께 아이의 탄생 소식을 알리고 있다.

 

신생아 무료 이름지어주기는 작명소에 아이의 생년ㆍ월ㆍ일시, 희망이름, 부모이름 등을 적어 보내 무료로 이름을 지어주고 있다. 아이의 이름은 국선 서예가가 직접 뜻풀이를 써 액자로 만들어 보낸다. 

 

해남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엄마들은 “아이는 혼자 낳아 키우는 것인줄 알았는데, 군이 있어 든든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군은 이용자의 고민과 걱정에서 나왔기 때문에 살아있는 정책이 가능했고 합계출산율 2.46명 이라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군은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의 희망인 아이 울음 소리가 땅끝에서 먼저 울려퍼지고 있다”고.

 

송시연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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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홍길 해남군 보건소장

“군민 목소리 담은 맞춤 정책 성공 비법”

-전국 최초의 출산정책팀을 신설한 배경은.

“도시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붐빈다. 인구 감소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수치로써만 이해할 뿐이다. 해남은 일찍이 인구감소가 시작됐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났고,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됐다. 사람들이 줄어드는 모습이 확연하게 나타났다. 

이미 2000년대 초 인구 10만이 무너지면서 존립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역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전국 최초로 출산정책만전담하는 팀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가장 먼저 어떤 일을 진행했나.

“임산부와 출산가정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일이었다. 군만의 맞춤형 정책이 절실했다. 직접 그들을 만나 그들이 어려워하고,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었다. 그렇게 정책을 만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조성했고 실질적인 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례를 개정했다. 이후 다양한 시책들을 추진해 나갔다.”

 

-합계출산율 1위가 가능했던 비결을 꼽는다면.

“바로 단일팀이다. 해남에는 오직 출산정책만 연구하고 추진할 수 있는 팀을 구성했다. 6명의 담당자가 출산정책 전반에 관한 사항을 추진한다. 6명도 버거운데 다른 지자체의 경우 1~2명이 출산에 관한 사업들을 담당한다.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또 군만의 맞춤형 정책을 만든 것이다. 군의 실정에 맞게 정책을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가능하게끔 했다.”

 

-출산정책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기다림이다. 출산율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수 없다. 군도 마찬가지였다. 지속적으로 군민과 소통하고 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애썼다. 임산부와 산모에게 필요한 정책들을 추진했고, 꾸준히 지원했다. 

 

정책 시행 5년이 지나자 서서히 좋은 결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2012년 2.47명으로 전국 1위를 달성했고, 4년째 합계출산율 1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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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둘째아이 출산한 조혜영 씨

“郡 운영 산후조리원 대도시 안 부러워요”

-양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출산을 고민하는 가정이 많다. 둘째아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해남에서는 셋째와 넷째가 있는 집들이 많다. 일을 하고 있어 조금 늦어지긴 했어도 둘째는 당연히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째 때 군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다. 양육비는 물론 초음파 쿠폰, 기형아 검사 지원, 출산용품 등 실제로 출산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데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둘째에 드는 출산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공공산후조리원도 이용했나.

“첫째 때는 해남에 산후조리원이 없어 집에서 산후 조리를 했다. 지난해 조리원이 생겨 둘째 때는 조리원을 이용할 수 있었다. 2주에 154만원이면 광주나 목포보다 많게는 200만원 저렴한 금액이다. 시설도 깨끗하고 산모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다. 특히 군에서 운영하니 믿고 이용했다.”

 

-저출산, 극복하려면 어떤 지원과 정책이 필요할까.

“해남은 출산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인근 광주나 목포 등지에 사는 지인들이 부럽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아이가 커서 이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또 아이를 당장 돌봐줄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가정 대부분이 보육과 교육에 필요한 시설, 비용들을 고민하는 것 같다. 아이를 믿고 맡기고, 교육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 낳기를 고민하는 가정에 독려의 말을 전한다면.

“주변에 셋째아이를 출산한 가족을 보면서 셋째아를 가질 것인지 생각한 적이 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출산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아이 낳기를 고민하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육아에 힘들어도,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난다. 아이들에게 얻을 수 있는 행복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출산에 대해 고민되겠지만, 머지않아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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