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멸종위기종 맹꽁이 가족 몰살한 군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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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가 내리던 어느 날 밤늦은 시간, 오랜만에 동네 카페에서 후배들과 차 한 잔 나누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11시가 다 된 시간에 전화한 것을 보니 ‘급한 일인가’라는 생각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군포지역에서 오랫동안 맹꽁이 보호 활동을 해왔던 환경단체 대표의 전화였다. 비가 많이 내려서 삼성마을에 있는 맹꽁이 서식지인 새터말습지에 이상이 없는지 살피러 갔다가 습지 밖 체육공원 주변 화단에 맹꽁이들이 산란해 놓은 알과 올챙이를 발견했다며 들뜬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이어 그는 맹꽁이들이 산란한 삼성마을 체육공원 주변 화단의 물웅덩이는 비가 와서 일시적으로 생긴 장소로, 비가 그치고 나면 물이 줄어들어 알과 올챙이가 죽을 수밖에 없어서 성체가 될 때까지 보호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비가 내리는 밤늦은 시간에도 맹꽁이가 걱정돼서 현장을 찾은 그 마음이 너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현장에 나가 환경단체 대표와 군포시의 환경보호 업무 담당 부서 관계자와 함께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알과 올챙이가 성체가 될 때까지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먼저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은 당분간 물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산란지에 수돗물을 직접 공급하면 수돗물 속 염소 성분 때문에 알과 올챙이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공유했다.

 

이런 실수를 막기 위해 맹꽁이 산란지 윗부분에 조그만 웅덩이를 만들고, 수돗물을 미리 받아 염소를 제거한 후 산란지로 물이 흘러 들어가게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런데 며칠 후 환경단체 대표로부터 다시 전화를 받고, 허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수돗물을 맹꽁이 산란지에 직접 공급하면 알이나 올챙이가 모두 죽게 되니 간접적으로 공급해 달라고 제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산란지에 수돗물을 직접 공급해 맹꽁이 알과 올챙이는 다 죽이고, 그곳에 함께 있던 청개구리 올챙이는 기형이 돼 있다는 것이다.

 

수돗물을 직접 공급하면 수중생물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가정에서 금붕어나 열대어들을 어항에 키워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기본 상식이 아닌가?

 

혹여 그런 경험이 없다 할지라도 그토록 당부했는데 수돗물을 직접 공급해서 멸종위기종을 몰살시킨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황당할 뿐이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야생생물과 그 서식지를 효과적으로 보호해 야생생물이 멸종되지 아니하고, 생태계의 균형이 유지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이 법에 의하면 야생생물 보호 의무를 준수해야 할 군포시가 시민에 의해 발견되고 보호가 요청된 멸종위기종을 무심히 죽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일반 야생생물도 아니고 멸종위기종을 말이다.

 

마땅히 지켜야 할 책무를 소홀히 하고,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려는 시민과 시의원의 요청을 무성의하게 듣고 관련법을 위반한 군포시 담당공무원들에게는 합당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멸종위기종 관리시스템 및 메뉴얼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실행해야 할 것이다.

 

성복임 군포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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