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성서는 바로 그 ‘악담’과 ‘망언’을 스스럼없이 전한다. 성서를 잘 모르는 이들도 한번쯤은 접했을 대목이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안식일 계명이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그날을 거룩하게 지켜라. 너희는 엿새 동안 모든 일을 힘써 하여라.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희 하나님의 안식일이니, 너희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너희와, 너희의 아들이나 딸이나, 너희의 남종이나 여종만이 아니라 너희 집짐승이나 너희의 집에 머무는 나그네라도 일을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서 ‘휴식’을 명령하신 게다. 몸소 휴일을 제정하시고, 수고로운 노동을 통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들에게 이날만큼은 ‘푹 쉬라’고 말씀하셨다. 창조주께서도 이렛날에는 쉬셨는데, 하물며 피조물이랴. 종들도, 나그네도, 심지어 집짐승까지도 쉬어야 한다고 명토 박아 두었으니 달리 빠져나갈 도리가 없다. 요샛말로 유급휴가를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실제로 누려야 한다.
또한 구약성서 신명기는 “너희가 이집트 땅에서 종살이하던 때”를 기억하라고, 파라오를 정점으로 하는 숨 막히는 위계질서와 가혹한 노동이 얼마나 힘겨웠느냐고, 그러니 그때를 떠올리며 자신도 쉬고 이웃도 쉬게 하라고 다독인다. 사회가 책임지고 ‘쉼’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성서는 고된 노동과 억눌림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아라며 곳곳에서 ‘쉼’을 이야기한다. ‘쉼’은 일을 더 많이, 더 잘하기 위한 ‘재충전’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거룩한’ 종교행위이며 창조주께서 주신 권리라고 말이다.
오늘 우리 또한 ‘쉼’을 필요로 하는 연약한 생명이긴 매한가지인데, 온갖 제도와 여건 탓에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것이 또한 우리네 현실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의 연차휴가 부여 일수는 평균 15.1일, 사용일수는 평균 7.9일로 휴가 사용률이 52.3%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평균 휴가 일수가 20.6일, 휴가 사용률이 70% 이상인 것과 비교할 때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이제야말로 쉼이 필요할 때다. ‘아직 모자라다’며 미친 듯이 질주하도록 독려하는 맘몬의 채찍질을 뿌리치고 잠깐이라도 여태껏 해오던 일, 이제껏 살아온 방식을 그치고 자기와 주변을 둘러보는 ‘거룩한’ 여유를 되찾을 때다. 이 여름, 하루쯤이라도 인공조명이 발산하는 빛이라곤 한 점도 없는, 그래서 반딧불과 별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 내가 살고 있는 산골마을 봉화 같은 곳에서 그저 자기를, 존재하는 모든 것의 ‘있음’을 오롯이 느껴보면 어떨까.
박규환 숭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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