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는 2011년 12월경 대구에서 동급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중학생이 자살한 이후로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 설치되어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는 기구이다. 학부모, 교사, 법조인, 의사, 경찰 등 전문가로 구성되고 결정은 가해학생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학폭위 결정에 불만이 있어 교육청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으로 가는 사례가 정말 억울하여 다투는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다고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부모는 누구나 자녀를 믿고 싶은 경향이 있다. 자녀에 대한 사랑때문에 누구나 실수를 하며 미성숙한 자녀는 더더욱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필자도 몇 년 전에 중학교 학폭위원을 한 적이 있는 데 가해 학생 부모 중에 자기 아들은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하여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린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2000년경 판결에서 부모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녀를 잘 안다는 전제하에 부모에게 부모의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에 따라 자녀를 자유롭게 교육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 앞날을 위해서라도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하기보다는 냉정하게 사안을 파악한 후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는 것이 자녀를 제대로 알아가는 명실상부한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피해 학생도 누군가의 귀한 아들딸이며, 내 아이도 피해 학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학폭위의 가해학생에 대한 결정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문제다. 필자도 당시 교육부 학교 폭력 근절대책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였는데 생기부 기재는 처음부터 찬반 논란이 있었다. 상급학교 진학시 문제 될까 봐 부모들이 그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학폭위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후 학폭위 결정에 불복하는 재심청구나 행정소송이 급격히 늘어남으로써 그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해당 학교들은 관련 자료를 준비하느라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법에 정해진 가해학생에 대한 9가지 조치 중에서 서면사과 등 경미한 1~3호 조치라도 생기부에 기재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생기부 기재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부모들의 학폭위 구성과 운영에 대한 불신이다. 학교 폭력은 예측할 수가 없어 학폭위 개최시기를 사전에 정할 수 없다. 발생시에는 신속하게 학폭위를 열어야 하는 데 법조인, 의사 등 전문가들이 일정상 참석도 쉽지 않다. 2015년 기준 인천 지역 학교들의 학폭위원 구성원 가운데 학부모와 교원이 80% 이상이고, 전문가는 각 1% 미만에 불과하였다.
학폭위 결정이 객관성과 전문성,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이유다. 교육지원청이 전문가를 채용하거나 공익법무관, 공중보건의를 배치받아 관할 학교폭력사건을 전담하는 것은 어떨까. 교권침해도 해마다 많이 늘고 있다. 선진국처럼 학교를 학교폭력과 교권침해 처리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학교 정상화를 위한 급선무이다.
이정호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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