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고무줄 잣대’ 인사검증, 이제는 개선해야 한다

▲
국회에서 새 정부 고위공직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한참이다. 우리나라는 민주화 이래 2000년 까지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그러다가 김영삼 정부 초기 주요 공직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과 자질 문제가 논란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되자 인사청문회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에 여야는 오랜 논의 끝에 2000년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였고, 오늘날에 이르기 까지 인사청문회제도가 정착돼 시행되고 있다. 이렇듯 국회 인사청문회제도는 행정부 및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견제한다는 순기능적인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 인사청문회는 본래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제도적 보완책이 요구됐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지난 대선 정국에서 해결책이 나오는 듯 했다. 주요 대권 후보들이 새 정부 인사에 대한 방침을 공약사항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끈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고위공직자 선발기준으로 ‘5대 비리 관련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것이다. 

5대 비리는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으로 인사청문회가 실시된 이래 고위공직 후보자들 사이 가장 흔하게 제기된 내용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비리 배제원칙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지지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고위공직 후보들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자 인사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새 정부는 일부 후보자에 대해 5대 비리 중 일부를 미리 인지했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양해를 구한 비리는 위장전입으로 엄연한 위법행위다. 일부 후보는 위장전입을 스스로 시인했고, 일부 후보는 위장전입의 목적이 투기의 목적이 아니라 교육 등 개인적 사유로 불가피 했다며 양해를 호소했다. 교육이든 투기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위장전입은 불법이다.

 

사실 역대 정부에서 위장전입과 같은 위법 행위가 아니라도 ‘코드 편중인사다’, ‘비전문가다’ 그리고 과거 발언 등이 문제가 되었다는 등 다양한 사유로 낙마한 인사들도 있었다. 또한 비리의 경중이 다른 공직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적어 운 좋게 임명된 고위공직자도 있었다. 

어느 정치세력을 막론하고 동일한 비리에 대해 야당일 때는 용납하지 않았지만 집권당이 되어서는 슬며시 양해를 구해 넘어가거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국회의 제대로 된 인사검증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우리나라 정치관행으로 보면 여당은 국회 편에서 행정부의 인사권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보다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야당은 철저한 자질검증 보다는 ‘신상털기’에 치중했다. 

이러한 부실 인사청문회를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청와대의 인사검증자료를 제출하는 방안, 공직후보자의 허위진술에 대해서는 형사제재를 할 수 있는 방안 등이 수차례 논의되었지만 제도적으로 반영된 것은 없다.

 

그러면서 국회는 2000년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래 여러 차례 법 개정을 통해 국회 인사청문대상자를 확대 시켰다. 즉, 국회의 인사청문 권한만 확대·강화시켜놓고 제도적 미비점 보완에는 소홀했다. 새 정부 또한 스스로 천명한 인사원칙을 저버리면서 새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인 적폐청산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널리 통용 될 정도로 인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직운영의 중심이다. 더구나 집권초기 인사실패는 국정동력을 떨어뜨려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정부와 국회는 관행적으로 인사구태를 반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