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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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쯤 전, 연예인들의 학력위조가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꽤 이슈가 됐던 일이니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부와 인기를 한 몸에 받아 온 유명 연예인들마저도 고교졸업을 대학졸업으로 속이거나 유명한 대학이나 입학점수가 높은 전공으로 자신의 출신학교, 전공을 바꿔치기 하기도 했다. 이들이 학력을 위조한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의 시선, 좋은 학교를 나왔다면 더 높여보는 학력과 학벌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양심마저 져버리고 벌인 일이었다.

 

그 후 10년, 우리 사회는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달라지긴 한 것 같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 아이돌그룹으로 불리는 빅뱅의 경우 멤버 다섯 중 둘이 고등학교 중퇴자이다. 

음원깡패라고까지 불리며 힙합음악 뮤지션 중 단연 손에 꼽히는 도끼는 중학교 중퇴다. 이들은 정규 학업을 중단한 데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이들의 학벌을 기준으로 연예활동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 이 밖에도 많은 아이돌가수, 연예인들이 당당하게 학업을 중단했음을 밝히며 학벌과 졸업장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명인에 대한 편견은 상당히 개선되었을지는 모르나, 유명인이 아닌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우리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학교 밖 아이들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가장 힘든 점을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꼽았다(2015,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또 열린의사회가 지난해 1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신이 생각하는 학교 밖 청소년의 이미지’의 60%가 ‘문제 청소년’이었다고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을 여전히 문제아, 자퇴생으로만 보는 우리의 편견이 아직은 지배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은 일부 문제가 있는 청소년의 일탈의 결과만은 아니다. 사회의 구성이 복잡해지고, 보편적 규범보다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모하면서 정규교육 역시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하는 가치관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실제로 매년 6만 여명의 학업중단 학생이 발생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약 28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학교 밖 청소년 역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인 것이다. 또 실제로 어떠한 문제가 있어서 학교를 떠났다 하더라도 낙오되지 않도록 이끌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역시 성숙한 사회가 해야 할 책무이다.

 

다행히 정부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정책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지난 2007년 청소년 자립준비 아카데미 ‘두드림존 프로젝트’ 시범운영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을 시작했고, 2014년 5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법적 근거를 지닌 안정적인 정책 사업으로서의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그 결과, 2017년 3월 현재 전국적으로 202개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이 설치되어 검정고시 등 교육지원을 비롯하여 상담지원, 직업체험 및 취업지원 등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 학교 밖 아이들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더 필요한지 어떤 지원이 더 현실적인지 늘 살피고 정책을 고민하는 노력이 진행 중인 것만은 확실하다. 여기에 힘을 보태기위해서는 우리 각각의 머릿속에 있는 학교 밖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바뀌어야만 할 것이다. 오는 28일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2주년이 되는 날이다.

학력과 학벌로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를 버리고, 우리 학교 밖 청소년이 건강하고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며 내면의 가치를 돌아보는 그런 우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정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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