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한미동맹과 자주국방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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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10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안보와 관련하여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자주국방력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안보 기조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한미 군사관계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미군사관계는 특별한 이견이 표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잘 관리돼 온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발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새 정부는 미래 지향적인 한미동맹의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 것이고 THAAD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등도 그 안에 포함돼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과 관련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미간의 관계는 상호방위조약에 의한 이른바 ‘혈맹’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한국은 비대칭적인 관계이지만 미국도 든든한 우방을 원하고 있다. 세상사 어떤 경우이든 갈등이나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서로 발전적인 관계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단지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나가는 하나의 과정일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특히 한미관계는 무엇보다도 동맹정신에 기초해 협의하면 쉽지 않은 문제일지라도 반드시 합의에 이를 수 있다. 즉, 6·25 전쟁과 월남전에서 한미 양국 군은 목숨을 걸고 싸운 전우라는 사실과 이를 바탕으로 한 혈맹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면 풀리지 않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밝혔듯이 우리에게는 자주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자주국방은 말로는 쉬울 것 같은데 실제 실행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주국방이 군사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국민의식 등과 연계돼야 진정한 자주국방이 가능하다. 시야를 조금 좁혀서 보면 군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다. 따라서 자주국방력 강화의 첫걸음은 국민 일반의 의지와 신념, 단결과 협력정신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군은 북한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해군과 공군 전력은 북한을 압도하고 있고 여기에 미군 전력까지 더하면 하늘과 바다는 튼튼하다. 그러나 지상 전력은 국지전 위주로 발전돼 화력전에는 어느 정도 대비가 돼 있는 듯하나 적 특수부대에 대한 대비, 탄도 미사일에 대한 대비 등에서는 취약성이 있다. 

그 외에도 시야를 좀 더 좁혀서 보면 인정하고 쉽지 않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육군의 소부대급 무기 장비가 북한군보다 월등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는 자주국방을 위한 기본과 기초에 관한 것이다. 이 부분에 관심과 투자는 당연한데 오히려 소홀히 다뤄진 부분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좁다. 작은 나라이다. 따라서 훈련 환경과 여건이 좋지 않다. 거기에다가 복무기간도 짧다. 따라서 훈련을 짧고 치열하게 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즉 안전을 기초로 하되, 훈련이 실전적으로 되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실제 전투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러한 여건 조성은 정치가들을 중심으로 한 국민이 보장해 줘야 한다. 그리고 군인들은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강인한 체력단련과 훈련에 매진해야 한다. 그러한 분위기가 주가 돼야 군대 가서 소위 ‘삽질(작업)’하는 것도 없어질 수 있고 교육훈련을 통한 강한 군대의 기초가 다져질 수 있다.

 

자주국방의 강화라고 하면 무기 장비의 현대화·첨단화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방산문제는 ‘비리’라는 단어로 연상되는 것이 작금의 실정이다. 당연히 뇌물수수와 관련되거나 직무태만에 관련된 것은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것은 방산업무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즉 합리성을 넘어서 지나친 규제와 감시로 인해 유연하지 못한 조직과 시스템이 큰 문제다. 방산비리를 막는데 초점을 두다 보니 복지부동과 책임회피 등의 부작용이 있고 이로 인해 오히려 무기나 장비의 가격만 올리는 결과와 조달 기간이 장기간 연장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방예산도 그만큼 낭비가 크다.

 

마지막으로 군내 단결력을 높여야 한다. 이는 상호신뢰와 전문성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군에서 습득한 단결과 협동, 배려와 존중을 통한 리더십과 팔로우십을 사회 전반까지도 확산해 나갈 수도 있다. 이 문제가 쉬워 보이지만 쉽지가 않다.

그러나 국민의 성원과 응원이 있으면 가능하다. 특히 국군 통수권자가 직접 관심을 가지고 챙기면 자주국방의 정신적인 주춧돌이 될 수 있다. 개인주의가 범람하는 시대에 마음가짐부터 바로 갖추기 위해서 군이 가장 초점을 두어야 하는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에 바라는 것으로는 숲이 아니라 나뭇가지라고 할 수 있겠으나 한미동맹과 자주국방력의 강화에 거는 기대와 희망은 기초와 기본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에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제언한다.

 

전인범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객원교수·前 특전사 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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