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두근두근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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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게 나를 두근대게 해’.(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두근두근 다가온 적이 있었나요? 설렘은 국어사전에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들떠서 두근거림’이라고 합니다. 설렘의 시간을 가졌던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시나요? 오늘 이야기는 ‘두근두근’, ‘설렘’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설렘이란 감정은 간절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날, 때, 언제 등 중요한 일들을 시간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의 단기기억, 장기기억을 저장하는 곳에서 기억은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을 매개체로 하여 나타납니다. 여기서 ‘두근두근’, ‘설렘’, ‘간절함’은 언제라는 시간보다 누구, 무엇, 사물, 친구, 사랑, 만남 등 삶의 구체성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삶은 홀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함께’가 삶의 출발점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타인을 도와주어야만 하는 하나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함께 비를 맞으며 기억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삶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최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에서 유니세프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를 활용해 우리나라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대상인 OECD 회원국 22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학업에 대한 흥미도 역시 OECD국가 중 바닥권에 속한다고 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이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또 왜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었을까요?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내 31개 시ㆍ군을 대표하는 학생 1천 명과 대 토론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학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고민은 진로와 미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지금하고 있는 공부가 성적과 경쟁의 결과로만 나타나고, 그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진로와 적성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현실에 불안감과 걱정이 앞선다는 것입니다.

 

지난 4월 10일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 전 지역에서 여러 대학교의 협력을 받아 ‘꿈의 대학’을 개강했습니다. 각 대학들이 제공하는 819개 강좌에 도내 고등학생 2만여 명이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고 참여했습니다. 이 과정은 무엇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보다도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를 찾고 진로를 경험하여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에서도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협력하여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과정은 유래가 없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두근두근 재미있는 응급구조 여행’, ‘마음을 풀어내는 긍정대화법’, ‘호텔리어 지망생을 위한 호텔관련 산업탐구’, ‘항공사 승무원 이미지 메이킹을 통한 자기분석 탐구활동’, ‘메이커 시대의 3D 프린팅을 통한 제4차 산업혁명 이해’ 등. 이것은 경기꿈의대학 819개 강좌 제목들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 강좌의 특색은 특정한 주제를 함께 탐구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하여 학생들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체험하고 공부하는 삶의 과정에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갑니다.

 

새로운 미래는 ‘상상력’을 통해 가능합니다. 새로운 배치,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상상력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미래교육의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서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네모난 책상과 칠판, 교실, 학교의 틀 속에 가두어서는 안되며, 가둘 수도 없습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 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신영복 처음처럼)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 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행복하고 즐거운 설렘이 가득한 두근두근 내 인생의 이야기가 펼쳐지길 기원합니다.

 

5월15일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간절함으로 미래의 설렘을 찾아 가는 모습 속에서 선생님들은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송이의 카네이션 꽃을 달아 드리기보다 오늘 선생님과 제자들이 설렘과 간절함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날이기를 기대합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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