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나 나눔문화는 국가의 문화적 요소와 연계돼 있다. 미얀마나 스리랑카가 세계기부지수가 높은 이유는 나눔정신을 강조하는 불교문화의 영향이 있다. 미국이 개인기부 문화가 발달한 것은 건국 초기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공공 부문의 역할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기부지수 순위가 낮은 이유는 전통적으로 두레와 향약, 상부상조 등의 전통이 있고 아직까지도 이러한 전통은 지역사회의 공동체 기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별 기부지수 순위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1인가구 시대, 인구절벽시대, 고령화시대를 앞둔 사회적 현실을 고려한다면 기부나 나눔문화 조성과 확산이 필요한 시기이다. 기부나 나눔을 주도해야 할 계층의 인구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이고 빈곤층이 많은 노인세대는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적인 기부방식은 점차 와해되어가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기부문화 방식이 변하고 있다. 소셜펀딩(social funding)이 대표적이다. 소셜펀딩은 인터넷이나 SNS를 활용해 사람들이 소액을 기부·후원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서 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데, 개인기부·소액기부를 통해 기부문화가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국내 유명인터넷포털의 사회공헌 플랫폼 활동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갈수록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현실 속에서 개인들의 기부활동이 위축되고 기부금액의 증가속도도 떨어지는 등 나눔정신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기부나 나눔에 관심을 지닌 개인이나 세대, 계층을 중심으로 기부활동이나 자원봉사, 재능기부, 교육기부 등의 관련 프로그램 체험이나 나눔 활동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나 사회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현재 기부나 나눔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없다면 미래에 기부나 나눔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으로는 개인 기부문화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법이나 제도적 부분의 개정 및 지원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최근 대법원이 180억 원대 자신의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세무서로부터 140억 원대 증여세 폭탄을 맞은 사건에 대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 환송 시킨 재판 결과를 보면서 선의의 기부를 지원하는 법률 개정이나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임을 느끼게 한다.
기부한 금액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지 못하거나 또는 사용처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금단체가 보내준 소식지를 통해서 아는 경우가 일반적인 현재의 기부활동 공지 관행을 보면서 기부단체의 모금 실적과 활동 및 예산 집행에 관한 공개 등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여 기부문화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개인들의 기부나 나눔 활동을 지금보다 더 기대할 수 있다.
기부나 나눔 봉사활동을 체험한 사람들이 체험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삶에 대한 만족비율이 더 높다. 기부나 나눔 활동은 다른 사람을 돕는 봉사행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삶을 만족하게 해주는 치유활동이며 자신의 행복과 성공을 결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기부와 나눔이 아름다운 가치를 지닌 활동임을 느낄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고 문화는 확산돼야 한다.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기부왕들이 나올 수 있는 기부와 나눔문화를 기대해 본다.
문영규 경복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