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교통의 가치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때 자주 사용되는 것이 속도라는 개념이다.
효율을 강조하려면 기본적으로 속도가 빨라 통행시간을 줄여야하고, 안전을 강조하다보면 사고의 심각도를 낮추는데 그 기여도가 높아 속도를 어쨌든 낮추어야한다. 이렇게 속도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어 시대정신, 지역의 특색, 문화, 지리 및 지형을 포함하는 맥락에 따라 다르게 다루어져야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도시교통의 안전 및 ‘도시다움’을 보장하기 위한 ‘죤30’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도시에서의 차량속도를 시속30㎞ 이하로 낮추어 보행자 및 자전거이용자와 차량의 상충을 줄임과 동시에 사고의 심각도를 현저히 줄여 사망사고를 ‘0’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동참하여 도시에서의 제한속도를 낮추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에서의 사례조사에 의하면, 평균속도가 시속30㎞인 도로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5%인 반면, 56㎞인 도로에서는 85%가 된다. 지금까지 도시에서의 제한속도를 간선도로에서는 시속60㎞를 유지하고 있던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모두 시속30㎞로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은 저항에 직면할 수 있으므로 순차적으로 간선도로에서는 시속50㎞, 국지도로에서는 시속30㎞로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순차적 정책의 시행이라 이해된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위험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위험 항상성Risk Homeostasis’이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은 자신이 버텨낼 수 있는 위험 수준을 각각 가지고 있으며, 이 수준을 항상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위험을 평소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좀 더 천천히 달린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이 항상성이 역으로도 작용한다는 점이다. 즉 위험이 감소되면 사람들은 보다 위험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증가된 안전성을 없애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의 창시자인 제럴드 J. S. 와일드는 자동차의 안전장치들, 즉 안전벨트, 에어백, 브레이크 잠김방지 장치 등이 사고 발생 빈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단지 위험을 연기할 뿐이라고 한다. 또한 ‘안락의자의 경제학자’를 쓴 스티븐 랜즈버그는 안전장치가 늘어나면 사망자 수는 그대로이고, 사고건수는 늘어 경제학적으로 손해라면서 차라리 운전대 위에 칼을 꼽아 놓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안전장치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최근 자동차의 안전장치들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런 위험항상성을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는 제한속도의 변경은 시의적절하다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속도에 관해 많은 시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어차피 도심의 평균속도가 시속30㎞보다 낮은데, 제한속도를 50또는 30㎞ 하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하는 것이다.
이는 정체가 발생하여 평균속도가 떨어지는 시간대에는 제한속도가 의미가 없어지고, 한산할 때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말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시대정신의 변화에 순응하여 보다 나은 도시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이의은 명지대학교 교수ㆍ교통안전공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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