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아이를 넘어 우리 아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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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조 ①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11조 ①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왜 갑자기 헌법을 들먹이는지 궁금할 것 같다. 교육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현대적 의미의 교육은 신분제 및 왕정의 몰락에 이은 민주주의의 탄생과 그 궤적을 같이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모두가 평등한 나라, 그리고 민의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지는 민주공화국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을 위한 교육’이 필요했다.

 

현대적 의미의 공교육은 200년 전부터 태동되기 시작했지만, 국민 개개인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공교육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더욱이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짧듯, 우리 공교육의 역사도 길지 않다. 그러나 공교육화의 속도나 달성 정도는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특기할 만하다.

 

과거에 교육은 전적으로 개인 전속적이거나 능력 있는 부모가 좌지우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교육은 아주 소수의, 그리고 상위의 엘리트 계급 집단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의 하나였다. 영어로 학교를 의미하는 ‘School’이 그리스어의 ‘Schole’에서 유래하였고, ‘Schole’의 의미가 여가(Leisure)임을 상기한다면 과거의 교육이 어떤 의미였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의 교육은 소수나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시민과 국민 개개인의 천부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하는 기본적이고 전략적인 수단으로 등장했다. 모두가 행사하는 1인 1표의 선거권,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게 하는 헌법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국민의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나 처한 환경은 다를 수밖에 없고 그 차이를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 인류 문명의 역사는 그 다름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정책과 제도를 통해 형평성을 높이고자 노력해 왔다. 그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공감되어 추진되고 진화된 것이 교육이다. 출생의 한계를 뛰어넘어 개인의 타고난 능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모두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공교육이다.

 

대한민국이 위기라고 한다. 위기일 때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부모가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그 이상의 ‘인간’이다. 민주주의와 공존과 번영을 위해 공교육이 등장한 것은 내 아이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살피는 인류애적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기도 하다. 그 문명사적 전환을 다시금 시도하고 심화시킬 때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공교육을 다시금 짜자. 대한민국 아이들은 민주시민인 우리 어른들에게는 모두 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박융수 인천광역시교육감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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