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봄나물에서 배우자! 구워삶아야 하는 이유

▲
두어 달 가까이 영하 10도를 넘기는 날이 이어지던 산골마을에도 그런 추위쯤은 까맣게 잊은 것인지 연둣빛 잎을 내민 산벚나무가 화려한 꽃잎으로 숲을 채워준다. 이 따사로운 봄에 누구보다 바빠진 분들은 산자락과 논밭을 찾아 봄나물을 뜯는 분들이다. 밥상 색깔이 불그레한 김치가 주인공인 겨울모드에서 연녹색의 풀과 나뭇잎이 주인공인 봄나물로 치장되는 즐거움. 아마 우리 민족이 누리는 값진 음식문화가 주는 특혜가 아닐까.

 

봄나물,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행복한 향이 넘친다.

그런데 밥상에 오른 봄나물은 정말 안전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될까. 한 가지 상상을 해보자. 여러분은 지금 산속에 들어가 계시고 발밑에는 천연 토양이 깔린 흙을 밟고 있다. 놀랍게도 그 토양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사방 1cm, 높이 1cm, 즉 1㎤ 안에는 적어도 백억 마리의 미생물이 들어 있다고 알려졌다. 분명한 것은 이 흙덩어리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은 식물들로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강한 독성물질로 무장한 채 늘 식물을 먹어치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여리디여린 몸을 가진 싹들은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있다. 유약하기 그지없는 새싹이 미생물들 틈을 뚫고 나오면서도 끄떡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어린 싹은 미생물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는 훨씬 더 강력하고 복잡한 무기, 곧 천연 독성물질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막강한 천연 독성물질을 구비한 어린 싹을 가진 식물들을 우리는 어떻게 식탁에서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었을까.

 

흔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해 보고자 하는 노력으로, “내가 그 사람 구워삶았어”라고 한다. 이 구워삶는다는 것만큼 봄나물을 안전하게 식탁으로 초대하는 방법은 달리 없었고 그것이 봄나물을 즐기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모든 봄나물을 대부분 끓는 물에 데쳐서, 한마디로 ‘삶아서’ 식용으로 썼다. 만일 여러분들께서 봄나물을 모두 날것으로 드셔야 할 기회가 생긴다면 식후 찾아가야 할 곳은 편안한 잠자리가 아닌 응급실의 병상일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저 부드럽고 약하며 먹음직스럽게 생긴 봄나물들이 강력한 보호물질인 천연 독성물질로 채워진 무기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봄나물을 얻으면 마치 습관처럼 끓는 물에 데쳐서 드시는 것을 생활화한 것이다. 원추리나 박새, 동의나물, 앉은부채 등은 생명을 위협할 만큼 강력한 독성물질을 가진 식물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어린잎을 삶거나 데치면 식용할 수가 있다.

 

구워삶았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는 옛말이긴 하다. 그러나 이질적인 성격의 가치를 보다 친화적이고 안전하며 쓸모 있는 것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먼 대상이 아닌 식탁에서부터 출발한 것 같다. 가족이든 사회의 구성원이든, 국가든 경제든 구워삶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많다. 그것도 모자라 아예 더 높은 온도로 지지고 볶는 일까지도 해야만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그저 ‘수확 후 즉시 식용’이라는 간단함만 남겨두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이와 참 많이 닮은 시국,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제발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사람을 뽑고자 한다면 그들의 모든 것을 구워삶고 지지고 볶아서라도 온 국민의 입맛에 잘 맞는 리더를 찾아내야 한다. 그들이 밥상 위의 봄나물보다 단 한 가지 만이라도 영양가 있는 리더이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