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의 신도시 개발과 함께 시작된 신도심과 원도심, 그 보이지 않는 경계 속에 존재하는 문화 격차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지역의 경제 불균형이 커질수록 원도심의 경제적 이탈과 문화 소외 현상이 확대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심각성이 더욱 크게 체감되는 것은 이것이 하나의 지자체 내 신도심과 원도심 간에 발현되는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간혹 여기저기에서 유휴 공간 활성화 및 지역 생활 문화 정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구도심과 원도심 간의 극명한 문화적 간극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 정책이 시급하다. 각 지자체에서는 격차 해소 방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지만,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단언컨대 이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용인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용인문화재단은 출범 초기에 가장 먼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상황을 파악해 본 결과, 도농복합도시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용인 3개 구의 문화 격차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재단은 서둘러 시민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운영에 박차를 가했다.
열악한 문화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과감한 도전과 기획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지역 문화생태계의 균형과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본부를 만들고 그 대표 사업으로 문화취약지역을 위한 파격적인 문화예술교육인 ‘당신의 앞마당까지 달려갑니다’를 기획했다. ‘당신의 앞마당까지 달려갑니다’는 용인시민 3명 이상만 모이면 말 그대로 앞마당까지 달려가서 무료로 다양한 예술교육을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쉬울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이 프로그램은 성공적인 원도심 생활예술체험사업으로 평가받으며 전국 관련 기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다른 사업인 ‘용인버스킨’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재단을 대표하는 지속 사업으로 운영되며 용인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시민이 원하면 어디든지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용인버스킨’이 용인 문화예술의 충전소로 정착한 지금, 시민에게 거리의 문화예술은 익숙한 일이 되었다. 올해는 ‘아트트럭’도 문화소외 지역을 찾아갈 예정이다. 무대가 시민을 찾아가는 것이다.
용인문화재단의 찾아가는 문화예술 콘텐츠는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의 총 62개 회원 재단에서도 눈여겨보며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와 같은 사업의 단위별 성과보다 근본적으로 원도심의 문화를 통한 활성화라는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게 하였다.
향후, 그동안 난개발의 여파로 용인을 힘들게 했던 채무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용인시는 물론 시의회 그리고 용인지역 예술인들이 문화재단과 함께하기에 가능한 소중한 성과인 것이다. 소통하며 함께 만들고 나누는 ‘사람들의 용인’, 이것 역시 용인의 자랑스러운 슬로건이기도 하다.
문화는 지역을 불문하고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 되는 공용의 가치다. 지역 격차 없는 건강한 사회, 문화만이 그 시작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요즈음 국가의 화두인 대통령 선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 후보들은 참담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목청을 높이고 있다. 물론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부끄러운 상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 나라의 대통령 후보라면 지나간 사건을 지적하고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미래를 향한 근본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여야 한다. 필자는 그 청사진 이 그저 문화예술계의 예산을 늘려주겠다는 항상 들어왔던 구태의연함을 버리고,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내 고장을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정신적인 힘,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을 담고 있는 가슴 벅찬 것이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혁수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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