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우 노인 거리로 칭할 수 있는 지역은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부근일 것이다. 일본의 스가모 거리와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이들 지역을 찾는 노인들을 위해 준비된 편의시설이나 공간 규모는 노인 거리로 칭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노인들이 편안하게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많으며, 노인을 위한 맞춤형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지난날의 추억이나 경험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스쳐가는 수준으로 문화적 요소가 구성돼 있다.
최근 모 일간지에서 ‘대형마트에 무빙워크가 없는 까닭’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해당 마트점에서는 대형마트의 상징인 대형 카트나 무빙워크를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에 장바구니 겸용 실버보행기를 준비해서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편안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신제품이나 수입품을 매장에 진열하기보다는 ‘옛날 매장’ 분위기를 연출하고 오랜 지명도를 지닌 익숙한 상표의 제품을 진열하며, 대용량보다는 소용량 제품을, 건강식품이나 건강기구는 매출액이 높은 진열대 전면에 배치하여 편안하고 즐거운 쇼핑이 되도록 노인 맞춤형 방식으로 운영했고, 그 결과 전체 내방고객 수 중 노인들의 비중은 늘어났으며 건강기구의 경우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한다. 전체고객 중 22%가 65세 이상인 노인들이 고객층이라고 하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현장의 모습을 보면 고령화 시대에 부합하는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해보면 장·노년층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잠재구매력도 증가할 것이다. 이제는 장·노년층을 고려한 맞춤형 마케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노년층이 즐겁고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지난 추억과 회상을 느껴 볼 수 있는 문화거리를 조성해 쇼핑과 실버문화가 결합된 공간 규모를 창출하거나 확대함으로써 장·노년층의 구매력을 확보한다면 침체된 우리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도 있다. 그러나 수요촉진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선제적 공급도 필요하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비즈니스 주요 대상이 점차 청·중년층에서 장·노년층으로 이전되고 이전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장·노년층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주도적 주체가 되도록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사회, 지역 상인들의 관심과 배려, 투자가 필요하다.
2030년이면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는 사회가 될 것이며 기대수명도 늘어나 백세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오래 사는 것만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이 행복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은 시대이다.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장·노년층의 경제력 규모, 추억과 문화, 삶의 질 등을 경제적 측면에서 세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문영규
경복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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