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사거리를 경계로 한 쪽은 탄핵 무효를, 다른 편은 촛불 혁명의 완성(박근혜 구속)을 외친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가 확정됐는데도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들의 정견이나 당의 공약 검토는 관심조차 없는 듯 보인다.
탄핵 전엔 촛불 세력이 안보(종북) 위기를 조성해 태극기 세력을 불러들이더니 이번엔 태극기 세력이 ‘탄핵 무효화’를 내세워 꺼져가던 촛불에 다시 불을 지피는 꼴이다.
‘헬 조선’ 운운하던 촛불 세력은 재벌과 권력이 나라의 주인일 수 없다며 ‘정의’와 ‘양극화 문제’를 앞세워 ‘이게 나라냐?’며 대통령 탄핵을 압박해 왔었다, 그들은 헌법재판관들이 8-0 ‘퍼펙트 게임’을 선언하자 승리의 축제를 벌이곤 집회를 끝냈었다.
“탄핵 인용? 퍼펙트. 이게 법치냐?” “이게 나라냐?” 이번엔 태극기 세력이 전쟁을 선포하듯 대통령 ‘탄핵 불복’을 추진하고 나섰다. 헌법재판관 전원을 형사고발하고 ‘탄핵을 탄핵한다’고 외친다. 반탄(反彈) 탄탄(彈彈)운동이다. 그래서 촛불 세력이 재집결, ‘광장 정치’로 끝판을 보게 될 모양이다.
“저희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루어지는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탄핵심판 발표문(헌재)의 호소도 상황을 조금도 호전시키지 못한다.
고려 말, 권세가들의 횡포에 일찍이 “이게 나라냐?”고 부르짖은 ‘원조’ 삼봉 정도전은 이성계를 앞세워 조선을 설계하고 한양천도를 주도한 후 ‘진신도팔경시(進新都八景詩)에서 “~ 성은 높아 천 길의 철옹성이고구름에 둘러싸인 궁궐 오색 찬연해연년이 어원에는 봄 경치가 좋은데해마다 도성 사람 즐겁게 노네.
~저택은 구름 위로 우뚝 솟았고민가는 땅에 가득 서로 닿았네아침저녁 연화는 끊이지 않아한 시대는 영화롭고 태평하다네~”라고 노래했다.
요즘의 광화문 대한문 앞 광장을 보면 그는 뭐라고 할까. 어쩌다 태평을 노래했던 광화문 광장이 증오의 대결장으로 변했는가.
대통령을 하겠다는 그 많은 사람들 누구도 그들을 달래거나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부추겨 자기 표로 흡수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거리를 정복하면 군중을 장악할 수 있고, 군중을 장악하면 국가를 장악할 수 있다”는 히틀러를 모방하려는가?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건 오롯이 국민(서민)일 터. 국민이 안중에 없는 정치인들, ‘통합’ ‘화합’에 몰입하지 않은 채 입으로만 국민 운운하는 그들은 정상배일 뿐이다.
그렇게 집권을 하면 증오 세력과 방어 세력의 끝없는 충돌, 사분 오열하는 국민들, 탄핵이 습관화하는 나라꼴이 될 게 뻔한데, 국민 통합보다 패권세력을 위한 정권 쟁취가 더 시급한가.
다음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정권의 등장으로 요동치는 북핵과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겪고 있는 갈등, 일본과의 외교 마찰, 전망이 어두운 경제 문제 등 산처럼 난제가 쌓여 있는데 이 난제를 국민을 증오의 집단군으로 갈라놓고 정책으로 풀어간다?
壹同天下之義 是以天下治也(묵자)천하를 하나로 통일한다. 그렇기 때문에 천하가 다스려진다.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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