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 공항 이전, ‘출사표’ 아닌 ‘지전소’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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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 제갈량이 위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전쟁 준비를 마치고 당시 황제인 유선에게 바친 글이다.

 

출사표는 문장이 유창하고 제갈량의 충심이 잘 드러나 있어 현재 중국의 교과서에 실려 있을 만큼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글 중 하나이다.

 

그런데 중국 시안시 공산당교의 후줴자오(胡覺照) 역사학 교수 등이 이 출사표를 교과서에서 삭제하자는 주장을 해 주목을 받았다. 후줴자오 교수는 ‘출사표’가 어려운 시기에 백성의 삶을 돌보지 않고, 촉나라의 상황을 헤아리지 못한 채 어리석은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하며 백성의 안위를 생각하는 마음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그는 제갈량의 출사표를 대신해 화흠의 ‘지전소(止戰疏)’를 교과서에 넣자고 주장했다. 지전소는 위나라의 관리 화흠이 전쟁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안타까워하며 위나라 황제 조예에게 올린 글로서, 전쟁을 중단하고 백성의 평안과 복리에 힘쓸 것을 청원하는 내용이다.

 

필자는 후줴아오 교수의 생각에 공감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이 혼란에 빠졌을 때, 지전소의 마음으로 시민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그런데 군 공항 이전과 관련된 화성시의 모습은 마치 출사표를 던진 것처럼 보인다. 화성시가 6개의 군 공항 이전 대상 시·군 중 하나로 선정된 2015년부터 화성시 화옹지구가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된 지금까지, 줄곧 군 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화성시민들은 화옹지구로의 군 공항 이전에 대해 찬성·반대로 나뉘어 있다. 찬성 측에는 ‘군 공항 이전 화성추진위원회’, ‘화성 화옹지구 군 공항 유치위원회’가 화옹지구로의 군 공항 유치를 위해 시민설명회, 10만 명 서명운동 전개, 주요관계자 면담 추진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반대 측에서는 ‘군 공항 이전 반대 화성 범시민 대책위원회’가 지난 2월 28일 국방부와 수원시청에서 반대 집회를 개최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지난 2월27일, 한 방송사에서는 군 공항 이전 화성 추진위원회의 이재훈 사무처장과 군 공항 이전 반대 범시민 대책위원회의 정한철 사무국장이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는 등 점점 화성 시민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화성시는 양측 시민의 목소리를 함께 들어보거나 의견 차이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고 더욱 더 강경하게 반대만을 외치고 있다.

 

군 공항 이전은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시민들이 왜 화옹지구로의 군 공항 이전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지 그 진심을 확인하고 그 뜻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를 통해 더욱더 시민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예비이전후보지 선정과 관련하여, 63만 화성시민은 시민 간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소통·화합의 방법을 모색하는 일을 화성시에게 원하고 있지 않을까.

 

군 공항 입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위한 ‘출사표’보다는 화흠의 ‘지전소’의 마음으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의 순수한 의견을 헤아리는 것이 ‘사람이 먼저인 화성’이라는 화성시의 시정방침에 맞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도태호 수원시 제2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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