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우리 이웃나라들의 진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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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대통령이 탄핵 재판을 통해 파면되면서 조기 대통령선거에 임하는 위기상황에 있다. 그런데 이웃 국가들은 우리와의 현안을 그들 쪽으로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어 실망스럽다. 격언에 위기에 처했을 때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있다는데 금번에 이웃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되어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 그리고 일본과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해 왔으나 현재 양국이 사드 사태와 부산 소녀상 문제로 경제 보복 조치와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는 구두선에 불과한 것임을 우리가 체험하였다.

 

우리와 중국, 일본은 이웃 국가로서 장구한 역사적 관계를 나눠 왔다. 이제 역사는 중세의 왕조 시대와 근세의 식민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시대에 왔으나 우리 이웃의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볼 때 과거의 정복(征服) 왕조적 또는 식민제국주의적 의식구조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중국과 일본의 우리에 대한 현금의 조치는 분명히 균형감이 결여된 과수(過手)이다. 중국의 경우 사드(THAAD)배치에 반대하면서 관광금지, 한한령과 함께 롯데에 대한 경제적 보복조치를 가하고 있으나 이러한 조치가 적절한 가에는 심지어 중국 내에서도 의문과 자성의 의견이 제시되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배치의 근본 원인인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방관한 채 방어적인 사드배치를 중국의 안보 위협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북한을 방조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한·중 양국이 수교 이후 25년간 성실히 발전시켜온 우호협력관계를 중국이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자세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양국관계의 한계는 우리와 중국 간 존재하는 이념과 체제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부산 소녀상 문제로 주한 일본대사의 소환 등 외교적 압박은 가하고 있으나, 이 또한 시민단체가 주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승인한 소녀상 설치에 대해 우리 국가를 상대로 외교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과하다. 일 정부는 지난해 12월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추구해 나가는 주춧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위안부 희생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일본 측의 보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며, 일 정부는 이러한 보완적인 조치를 통해 위안부 합의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중국과 일본은 현재 취하고 있는 조치가 과수(過手)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우리와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출구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우리가 현 상황을 의연하게 극복해 나간다면 우리 이웃들은 민낯을 드러낸 자신들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 우리는 이웃들에게 엿보이는 왕조적, 식민주의시대적 가치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적 가치 체계로 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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