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을 약재로 이용했다고 기록된 최초의 의약서는 후한 때 장중경이 저술한 ‘상한론’이다. 이 기록을 보면 이미 2000년 이전부터 인삼이 약재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본래의 고려인삼은 중국 산서성 태항산에서 나는 상당인삼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인들이 있다.
그러나 1757년에 간행된 본초종신에는 만삼으로 분류해 기록했고 다수의 본초서에는 상당인삼이 더덕, 잔대, 길경과 같다는 기록도 있다. 1083년에 도홍경이 저술된 ‘당본주’에는 고려인삼을 노래한 고려찬이 기록돼 있고, 656년에 소경이 저술한 ‘당본초’에는 고려삼과 백제삼, 신라삼으로 나눴는데 유통된 것은 고려삼이라고 기록한 바 있다. 이는 고려인삼의 본고향은 중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증거가 된다.
고려인삼은 임진왜란 이전까지는 산야에서 채취해 왕실에 진상했으나 지나친 남획으로 고갈됐다. 17세기 초부터 재배되기 시작한 인삼은 정조에 이르러 홍삼제조기술도 일반화됐다. 이런 고려인삼은 대한제국 시설인 1894년에 이용익의 주도하에 탁지부 내에 인삼전매회사인 ‘삼정사’를 설립해 홍삼수출을 전담했는데, 한해 수입금이 80만 원(당시 대한제국 1년 예산 400만 원)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하지만 지금 고려인삼의 지위는 풍전등화와도 같다. 이유는 수입국에서 홍삼이나 인삼을 식품이 아닌 의약품으로 분류됐으나 우리는 이에 대응할 인삼효능에 대한 국제인증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인삼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인삼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일은 ‘인삼의 약리효능’에 대한 국제인증을 획득하는 것이다. 특히 홍삼에만 있는 진세노사이드 Rg3, Rh1, Rh2, Compound K 등의 효능에 대한 국제인증 획득과 국제표준화로 북미삼과 차별화해야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인삼 성분을 함유한 기능성 화장품이 중국시장뿐만 아니라 화장품의 본 고장인 프랑스 등 유럽시장에서 진세노사이드 Re, Rf, Rg2 등의 미백과 주름개선, 보습 등에 효과 입증과 국제표준화를 통해 화장품 소재 수출기반 확보도 필요하다.
우리가 고려인삼의 명성을 유지하고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효능에 대한 국제인증 획득이나 표준화를 위한 지속적인 R&D 펀드의 조성이다. 국제인증이나 표준화하기 위한 연구기간은 10년~20년, 연구비는 적게는 50억 원 많게는 3천억 원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 따라서 국가주도하에 장기적인 연구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연구투자만이 ‘천하제일 고려인삼’ 명성을 유지하는 길이다.
이은섭 道농기원 소득자원연구소 인삼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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