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수원지 대청호의 오염으로 고도정수시설을 건설해야 하는데 일반 예산 2조8천억원 규모로는 건설비용 1천124억원을 충당하기 곤란하여 민간건설업체에 건설, 운영을 위탁하겠다는 것이었다.
시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민영화저지 공동행동’을 조직하여 요금폭탄 등을 우려, 반대행동에 나섰다. 시민단체와 의회는 환경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민간위탁을 선행한 기초 지자체의 요금폭등 및 지방재정 부담 가중 등을 근거로 하여 극렬하게 반대했다. 결국 권선택 대전시장은 지난해 11월9일 상수도 민간투자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이 사례는 공공재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민영화 담론은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반대움직임에 이데올로기적인 논쟁도 가세하여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핵심주제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대전시의회가 여야 구분없이 의원 만장일치로 반대한 것과 같이 이제는 시민 개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는 담론 그 자체 외의 요인은 틈입의 여지가 매우 좁다. 국민의 재산인 공기업이 일부 부실이 있더라도 시민들은 그 대안으로 민영화 우선이라는 과거 방식을 더 이상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공기업의 설치동기는 매우 다양하나 전력, 통신, 주택 등과 같이 경제개발 초기 국가의 시장형성 목적이 주류를 이룬다. 세계 최초의 공사형(公社型) 공기업으로 1927년 탄생한 영국방송공사(BBC)를 비롯하여 우리의 LH공사, 한국전력 등이 그것이다.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공기업 의미가 퇴색한 통신, 제철, 담배사업 등은 민영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현재 우리는 광의의 국가 공기업으로 ‘공공기관’이라는 법정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 기능을 점검하고 기관 통폐합, 기능 재조정 및 민영화 계획을 수립한다. 민영화의 가능성이 이미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자율, 독립경영이 보장되어 있지만 각종 감사와 감독으로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엄밀한 통제와 함께 국민적 요구가 있으면 민영화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공기업은 국가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고 경제발전과 시장성숙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의의를 상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83년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제정 이래 공기업 관리는 많은 변화를 겪어 왔지만 여전히 공공성은 강조되고 있고 전체 매출 60조원의 외형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와 혁신이 생존 필수요건으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공기업에 대한 인식에 새로운 철학이 요구되고 있다.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임무를 모색하고 정부의 평가체계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최임식 LH인천본부 주거복지부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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