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국회의원·대선주자, 이러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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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민수(君舟民水)”

 

지난해 말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이다.

“임금은 배, 백성은 물”(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을 수도 있다). 교수들은 성난 파도처럼 일렁이는 지난해의 세태를 표현했을 터인데… 그 파도는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니 맞바람까지 불어 파도 중에 가장 위험하다는 ‘삼각파도’를 일으키고 있으니~.

 

교수들은 이 사자성어를 선정하면서 우리의 세태가 이러하니 새해에는 君(임금지도자들)은 배를 잘 운행하고 民(강물백성)은 배를 잘 띄우라는 뜻이었을 게다.

 

그러나 현실은 삼각파도 한 가운데 일엽편주(나라), 한 치의 앞도 안 보인다.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을 가보면 마음이 무겁다. 분노·증오가 극점을 향해 달려가는 모양새다. 자기네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배를 뒤엎을 뿐 아니라 나라 전체를 산산조각 낼 것 같은 기세다. 헌재의 탄핵 선고가 가까워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사나워지고 있다.

 

사태는 위기인데 아무도 나서지를 않는다. 그 많던 애국자들과 지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들은 사태 해결이 아니라 부추기기만 한다.

 

광장의 외침은 국회의 책임이다. 국정은 정부 책임이지 왜 우리냐고? 제대로 된 국회라면 민중이 광장으로 뛰쳐나오기 전에 그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정부를 견제했어야 하지 않나?

 

이 절규를 다독이고 배가 잘 운행되도록 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분노를 부추기고 증오로 몰고 가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욕망까지 채우려 하고 있다. 여기에 대선주자들이 앞장서서 판을 키우더니 국회의원 총동원령까지 내리는 한심한 작태가 벌어졌다.

 

촛불집회에 올라타 세를 키우려고 당기까지 앞세워 참여하던 야당들은 반대로 태극기 집회가 왕성해지자 “탄핵이 위험하다”며 지난 11일 총동원령(더 민주당)을 내렸다. 조직적으로 국민의 증오를 부추기다니! 이 나라 국회의원, 정당이 이 모양이다.

 

‘국개의원’이라고 SNS에 떠도는 국민들의 분노가 이해된다. 대선주자들의 작태는 더 한심하다. 전국을 찾아다니며 부추긴다.

 

“대통령의 직무가 중지된 엄청난 국가적 위기 속에서 마지막 남은 선출권력인 국회가 헌재의 결정에 압력을 가하려는 것은 정치권력이 사법부까지 장악하려는 명백한 헌법 위반행위”라고 밝힌 모 정당 대변인의 지적이 맞다.

 

4당 원내대표들은 며칠 전 국회의장 앞에서 헌재의 ‘선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구두약속을 하지 않았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래 놓고 총동원령을 내려? 승복은 립 서비스일 게 분명하다. 태극기 촛불 현장에 나와 “이제는 해산해 달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재가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다!” 읍소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현장에서 국회의원들과 대선주자들을 향해 내뱉는 호통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월남 이상재 선생은 일제의 앞잡이 노릇으로 민족을 힘들게 한 이완용, 송병준에게 “대감네들은 도쿄에 가 사시는 게 어떻겠소? 대감들은 나라 망치는데 천재 아니요. 도쿄로 이사 가면 일본도 망할 것이 분명하니 말이요”라고 일침 했다. 이완용과 송병준이 아니라 국회의원들과 대선주자들을 향한 일침은 아닐지.

 

송수남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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