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빼앗긴 들에서 찾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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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대통령 탄핵 사태라는 불행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지나면서 불현듯 이상화의 시(詩) 한 구절이 생각난다. 1926년 <개벽>지(誌)에 실린 작품으로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대혼란의 탄핵정국에서 이 시를 떠올리는 것은,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가히 광풍이라 할만하다. 대통령 탄핵사태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 그것도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에 이어 12년 만에 터진 역사 이래 최악의 치욕적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순항하던 대한민국호는 두 동강 난 채 난파 일보 직전 위기다. 행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그 기능은 마비됐으며, 탄핵을 둘러싼 정당의 여야와 소위 보수와 진보,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 대립은 가히 폭발 일보 직전이다.

2016년 12월 9일 대통령 소추안 국회 가결 이후 두 달을 넘어섰다. 혼란으로 인한 시민들의 위기의식과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먹고사는 서민들의 민생문제 해결은 갈팡질팡하고, 국제경제 나아가 미국과 중국 등 세계질서 변화에 따른 동아시아에서의 한반도 대외적 불안정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정 부재가 가져온 민생경제의 타격은 매우 치명적이다. 이미 소비와 투자는 줄어들기 시작한 지 오래다. 올겨울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과 구제역은 초기대응 실패의 결과로 우리 축산농가에는 메가톤급 재앙이다. 미국 트럼프 집권과 그의 보호무역주의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넘어야 할 커다란 장벽이다. 또, 현실화되는 금융위기와 주택경기 둔화는 또 다른 난관으로 급부상 중이다.

 

북한의 핵개발 고도화 때문인 한·미·일·중·러 등 주변국과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현재 한·일, 한·중간 불거지는 외교적 갈등과 안보 문제는 한반도에 갈수록 짙게 드리워지는 먹구름에 비유된다. 지난해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대북 선제 타격론은 트럼프 집권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부상 중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반영하듯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대책 없이 이러고 앉아 있을 거냐?”라는 탄식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제는 갈등과 대립의 이분법을 던져 버리고, 제자리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제는 민생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 사회가 법치의 영역을 떠나 초헌법적 여론 정치에 파묻힐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제자리 찾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본다. 여·야간 또는 이념의 문제를 벗어나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 이는 곧 국가 백년대계의 초석이요, 근간이다.

 

특히, 최근 국정혼란과 함께 서민들의 경제적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제는 탄핵문제는 헌재에 맡기고 여·야간 힘을 모아 금융·일자리·복지 등에 대한 민생안정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년 일자리 찾기를 포함, 일자리 찾기 정책은 무엇보다 시급하며, 다시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구제역 초기대응이 절실하다.

 

공급과잉 소비감축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쌀값 및 수급 안정대책 등 내수경기 활성화, 가계 소득 확충, 생계비 부담 경감 대책 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어쨌든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경제를 살리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빼앗긴 들에서 찾은 ‘봄’이요, ‘희망’일 것이다. 또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법과 정의가 바로 서는 법치의 나라를 세워야 한다는 열망과 믿음, 이것이 바로 빼앗긴 들에서도 ‘봄’을 찾는, ‘희망’을 찾아가는 길일 듯하다.

 

이권재 오산발전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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