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공무원·전문가가 의견을 모아 핵폐기물처분장 입지를 결정한 캐나다 온타리오주(洲).
이 두 도시는 다들 꺼리는 혐오시설도 얼마든지 수용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를 찾았던 곳이다. 여기에는 가장 큰 함의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주민 참여’다.
쓰레기소각장,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화장장 같은 시설은 기반시설이면서도 기피시설로 취급된다. 흔히 ‘내 집안의 화장실’로도 비유된다. 옆에 두긴 불편해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그런 시설 말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혐오시설 자체를 싫어하고, 땅값이 떨어질까 우려하고, 결국 결사반대라는 필사적인 선택을 한다.
이제는 여러 혐오시설에 대한 격렬한 반대보다는 슬기롭게 극복한 사례들을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준공된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장이 대표사례다. 1986년 정부는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를 목적으로 경주지역에 부지를 선정했다. 그로부터 29년이 지난 2015년에야 비로소 폐기물처분장이 준공된 것이다. 2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서로의 합의점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수도권매립지도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단일 매립장으로서는 최대 규모인 수도권매립지 역시 대표적인 기반시설이자 기피시설 중 하나였다. 매립지 건설 초기에는 악취와 날림먼지 등의 열악한 환경시설로 인해 인근 지역주민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매립장의 주인은 지역주민’이라는 생각으로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귀 기울였다. 한밤중에도 냄새 민원이 들어오면 원인을 찾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녔다.
그 결과 2011년까지 350건을 기록했던 민원이 2016년에는 0건을 기록했다. 6년 연속 무재해도 달성했다. 무엇보다 단순 매립만 하던 기존의 쓰레기 매립에서 철저한 위생 매립과 폐기물 관리의 선진화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공사 창립 이래 최초로 2015 기관경영평가에서 우수(A) 등급을 받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금의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되기까지는 인근 지역주민들의 희생과 인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매립지의 악취와 소음 등의 불편을 감수해 주었고, 열린 마음으로 매립지의 발전을 지켜봐 왔다. 매립지와 주민이 상생하는 구조가 바탕이 돼 기피시설이었던 매립지는 2천5백만 수도권 시민들의 기반시설이 되었고,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환경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수도권매립지는 지금까지 지역 주민들과 쌓아온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 매립지가 세계적인 환경·문화·관광 명소로 자리 잡아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더 큰 청사진을 그려나갈 시점에 와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내 뒷마당은 안 돼’라고 못 박았던 외침을, ‘우리 지역에 유치해 달라’는 설렘으로 바꿔가려고 한다. 역시나 함의는 주민 참여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고 상생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하는 일에 절대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낮고, 열린 자세로 일할 것을 약속한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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